세계일보

검색

여행 자제 이어 영화도 제한… 성난 중국 ‘한일령’ 본격화 [뉴스 투데이]

입력 : 2025-11-18 18:28:53 수정 : 2025-11-18 18:28:52
베이징·도쿄=이우중·유태영 특파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다카이치 발언 후폭풍 확산

관영매체, 日 경제 직접타격 경고
“회복 여정 더 험난해질 것” 강조

중국인 단체 여행·숙박 잇단 취소
日 경제 손실 17조원 육박 분석도

中 “다카이치 발언 철회를” 요구
日 “입장차 있어도 교류 영향 안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으로 빚어진 중국의 ‘한일령(限日令)’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여행·유학 자제 권고가 내려진 데 이어 일본 영화의 중국 내 개봉이 연기됐다. 중·일 외교 당국자들이 대화에 나섰으나 입장차만 확인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18일 “극장판 ‘짱구는 못 말려: 초화려! 작열하는 떡잎마을 댄서즈’와 ‘일하는 세포’ 등 수입 일본 영화의 상영이 중단될 것”이라며 “영화 수입사와 배급사에 확인한 바, 이번 조정은 일본 수입 영화의 종합적 시장 성과와 우리나라(중국) 관객 정서를 평가해 내린 신중한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대화 나누는 주한 중·일대사 18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서울외교포럼 2025’에 참석한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 일본대사(왼쪽)와 다이빙 주한 중국대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앞서 중국 정부는 자국민에게 일본 방문과 유학 자제를 권고했고, 문화 영역까지 제재를 확대한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는 이런 제재가 일본 경제에 직접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전날 논평을 통해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대만 문제와 관련해 내놓은 과격한 발언은 이미 취약한 일본 경제에 불필요한 위험을 더하는 행위”라며 “경제적 운신 폭이 더욱 좁아질수록 일본의 회복 여정은 한층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이어 “일본이 민감한 사안에 대해 경솔한 행동을 계속하거나 추가적인 지정학적 위험을 불러온다면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경기 하방 압력은 증폭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서는 중국인 단체 여행 상품과 숙박 예약 문의가 잇따르고 각급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는 등 민간 교류 위축이 현실화하기 시작했다.

중국인 상대 시장규모가 연 2조엔(약 19조원) 규모에 달하는 여행업계가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인에게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일본 도쿄 분쿄구의 여행사 RCC는 전날 교통편, 숙박, 음식점, 가이드 등 일정을 조정하느라 애를 먹었다. 12월 초까지 예정된 단체관광 약 30건, 내년 1∼2월로 예정된 일본 유학 사전 탐방 프로그램 9건의 예약이 취소돼서다.

중국인 숙박객 비중이 10%를 차지하는 일본 제국호텔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중국 기업이 주최하는 연회나 숙박 예약 일부를 연기 혹은 취소한다는 연락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방일 중국인의 소비액은 1조6443억엔(약 15조5489억원)으로, 올해 2조엔을 웃돌아 역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하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이번 ‘일본 여행 자제 권고’로 일본이 받는 경제 손실은 1조7900억엔(16조9267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일본 싱크탱크 노무라종합연구소는 추산했다.

긴장감 감도는 주일 中대사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개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중국, 일본의 갈등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18일 일본 경찰관들이 수도 도쿄에 위치한 주일 중국대사관 입구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도쿄=로이터연합

중국인이 많이 찾는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의 우려가 특히 크다. 중국 여행사 의뢰를 받아 오사카·교토 위주로 관광상품을 기획하는 한 업체는 올해 말까지 계획했던 일정을 모두 백지화했다. 이 업체 관계자는 “방문지를 다른 나라로 바꾼다는 연락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국면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업계 사람들이 모두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시와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가 19일 공동으로 열기로 했던 세미나가 중국 측 요청으로 연기됐고, 중·일 정·재계 인사가 참여하는 이달 말 ‘도쿄·베이징 포럼’도 뒤로 늦춰지는 등 양국 간 민·관 교류 행사에도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

우려는 일본 재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양국 관계가 더 악화하면 불매운동이나 공동 프로젝트 중단 등으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에서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도쿄의 한 무역회사는 17일 하루에만 10건 이상의 상담 일정이 취소됐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중국 거래처 쪽에서 ‘일본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회사 고위층으로부터 중단 지시를 받았다’며 방문 일정을 취소해 왔다”며 “앞으로 2, 3개월 분량의 일이 사라져 버렸다”고 토로했다.

쓰쓰이 요시노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전날 다카이치 총리와 면담 후 “경제 교류의 전제는 정치의 안정”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들로 구성된 중국일본상회도 “중·일 양 정부가 충분한 의사소통을 통해 더욱 양호한 양국 관계 구축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뉴시스

중국에 체류 중인 일본인의 경각심 역시 커지고 있다. 주중 일본대사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외출 시에는 수상한 사람의 접근이나 주위 상황에 주의하고, 여러 명이 함께 행동하는 등 안전 확보에 힘써 달라”며 “중국의 관습을 존중하고 중국인과 접촉할 때에는 언행과 태도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중국 베이징을 찾은 가나이 마사아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은 이날 류진쑹 중국 외교부 아주사장(아시아국장)과 회담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협의와 관련해 “다카이치 총리의 잘못된 발언에 대해 다시 한번 엄중히 항의하며 철회를 요구했다”며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로 어떠한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가나이 국장은 이에 대해 다카이치 총리 발언은 기존 일본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양국 입장차가 있더라도 인적 교류에는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피니언

포토

표예진 '눈부신 미모'
  • 표예진 '눈부신 미모'
  • 차주영 '완벽한 미모'
  • ‘오늘 결혼’ 김옥빈
  • 정은채 가을 분위기 물씬…단발도 예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