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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건보 재정 적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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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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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건강보험은 선진국들도 부러워하는 제도다. 1977년 7월 5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돼, 농어촌과 도시에 이어 자영업자와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까지 포괄하면서 전 국민 의료보험은 도입 12년 만인 1989년에 그 체계가 완성됐다. 세계 사회의료보험사에서 유례가 없는 최단기 기록이었다. 환자의 의료 선택권·접근권은 세계 최고 수준인 동시에 건강수명도 다른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이 여러 차례 한국 건보에 부러움을 표했고, 미국판 건강보험인 ‘오바마 케어’를 설계할 때 우리 제도를 참고했다.

그런데 ‘문재인 케어’ 이후 건보 재정이 크게 악화하고 있다. 무분별한 보장성 확대가 일부 병원과 시민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겨서다. 면허가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 명의를 빌려 설립한 병원인 ‘사무장병원’의 부정수급액은 연간 3조원에 이른다. 일부 환자는 실손보험을 지렛대 삼아 ‘의료쇼핑’을 일삼고 있다. 24개 병원을 순례하듯 하며 1년에 2050회나 진료를 받은 ‘환자’도 있다. 건보 자격을 상실한 외국인이나 재외국민의 부정수급 사례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건보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린 것이다.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최근 “지출이 통제 범위를 벗어나 올해 수천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공단 이사장이 건보 적자를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료 수입에 연간 10조원이 넘는 국고보조금을 더해도 병원 급여비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현재 건보 재정은 나가는 돈이 너무 많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30조원의 적립금이 있지만 넉 달 치 지출금에 불과하다. 이대로라면 2033년 기금이 고갈된다니 걱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는 탈모나 비만 치료제 등의 건보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요즘 탈모는 생존 문제”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은 포퓰리즘·선거용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학계도 “중증질환 지원이 우선”이라며 반대한다. 건보는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러려면 건보 적용의 옥석을 가려야 한다. 미래세대에 빚더미 건보 재정을 떠넘기지 않으려면 부당 급여와 과잉 진료를 막는 선제 대응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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