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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칼럼] 대통령의 집값 ‘승부수’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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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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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정부 냉온탕식 정책만 되풀이
李 연일 SNS로 강경 메시지 쏟아내
공급 아닌 수요 억제로는 한계 분명
일관된 시그널로 시장에 믿음 줘야

역대 정부마다 부동산은 국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해묵은 난제였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완화→규제로 이어지는 ‘냉온탕식’ 정책이 반복된 탓이다. 가장 참담한 성적표를 낸 건 노무현정부와 문재인정부였다. 노 전 대통령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은 잡겠다”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투기를 사회의 ‘암’으로 규정할 정도로 결기가 넘쳤다.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30여 차례 크고 작은 규제가 전방위로 쏟아졌지만, 시장의 마음을 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조적인 공급 부족 상황에서 풍선효과는 반복됐다. 집권 5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57% 급등하면서 ‘미친 집값’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문재인정부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했다. 세는 것조차 헛갈릴 정도로 20차례가 넘는 대책을 내놨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인한 폐해만 시장에 각인시키고 손을 들었다. 두 대통령 모두 임기 말 집값을 못 잡은 데 대한 대국민사과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규제 일변도 정책만 밀어붙이다가 시장의 거부감은 커지고, 집값 불안과 자산 불균형만 키웠다.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집권 2년 차인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과의 ‘한판 승부’를 선언했다. 두 달여 전 “서울·수도권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던 모습과 확연히 달라졌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고 했다. 격식을 파괴하는 특유의 직설적 SNS 정치를 통해 연일 강경 메시지를 쏟아낸다. “내란도 극복했는데 부동산 투기 하나 못 잡겠느냐”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주식시장)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고 했다.

심지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중단을 못 박는 대목에서 ‘부동산 마귀’ ‘양심을 잃은 투기자’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등장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고, 서울 강남권과 한강벨트에서 호가를 수억 원 낮춘 매물이 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통령의 방향성은 분명하다. “여러 채의 주택을 오래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세금을 깎아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말은 옳다. ‘유예’라는 관행부터 깨트려 시장에 경고음을 주고 정책의 일관성을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다.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는 말도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면 할 수 있는 얘기다. 다만 청와대 참모 56명 중 12명이 다주택자인 현실에서 집값 상승의 책임을 다주택자에게만 전가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비정상을 정상화할 수단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도 했다. 시장과 대결하기보다는 왜곡된 시장을 바로잡는 데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그런데 정부의 칼날은 여전히 공급보다는 수요를 억제하는 쪽으로 향하고 있다. 종부세율 인상, 공정시장가액 비율 상향 등 보유세 인상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수도권 6만 가구 공급을 담은 ‘1·29대책’도 신뢰를 얻기에는 역부족하다. 한국 주택시장은 민간의 공급 비중이 70∼80%에 이른다. 지난해 민간 아파트 분양이 10년 만에 최저라고 한다. 전국 아파트 건설 인허가도 12년 만에 가장 적다.

물론 공급만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은 금융·세금·자산 불평등에다 심리까지 얽힌 복합 시장이다. 토지거래허가제·대출 제한 등 ‘첩첩 규제’ 속에서 공급과 매물 유도 등이 속도를 내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인건비·자재비 등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높아졌다. 고비용·고부담 공급 구조를 없앨 장기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밤에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할 일은 많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진다. 징벌적 과세로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민간 정비 사업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부작용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대출규제 등이 정상적 거래를 위축시킨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정책으로 시장에 믿음을 줘야 한다.

 

김기동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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