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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미의감성엽서] 봄은 눈부신 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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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야, 봄이다! 남동생이 양산 통도사에서 찍은 활짝 핀 홍매화(자장매) 사진을 보내왔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려준다는, 370년이 훨씬 넘은 양산 통도사의 자장매(慈藏梅). 신라시대 때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이름을 딴, 일반 홍매화보다 더 크고 우아한 자태의 그 분홍빛 꽃 물결을 바라보며, 서울은 아직도 소소리바람에 영춘화조차 꽃 피울 엄두도 못 내고 웅크리고 있는데, 남쪽은 어느새 봄 안쪽으로 성큼 들어가 있네. 부러운 마음에 하나둘 꽃망울을 터트리며 달콤한 향기를 맘껏 내뿜고 있는 천리향 화분에 몇 번이나 코를 갖다 댄다.

식물들은 좋겠다. 똑같이 나이를 먹어도, 봄마다 젊어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어서. 세상 돌아가는 꼴에도 인간들 꼬락서니에도 아랑곳없이 매 절기 착착 지키며 피고, 지고, 또 피고, 지는….

남동생이 보내준 활짝 핀 통도사 홍매화 사진 몇 장에 아, 봄이 왔다는 기쁨에 소소리바람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마음에도 살랑살랑 봄바람이 부는 걸 느끼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산책길에 오른다. 밖으로 나오니 겨울은 이미 꺾여 봄기운 몰래 감춘 잎샘 바람이 겨우내 꼭꼭 닫혀 있던 대기의 문들을 하나둘 열어젖히고 있었다. 그래, 이젠 정말 봄이네. 봄이 왔네!

곧 농부들과 정원사의 손들이 바빠지겠네. 흙을 갈아엎고,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고, 가지들을 다듬고, 잠든 나비들과 벌들을 불러내겠네. 그 틈에 나도 꼽사리 끼어 겨우내 얼어 있던 내 마음을 녹이고, 살랑살랑 봄기운으로 잔뜩 채워야겠다.

숲은 아직 새순으로 활기차긴 멀었지만 그래도 겨울 숲과 달리 훨씬 따스하고 향기로운 기운들이 사방에서 솟고 있었다. 아, 곧 새순들이 하나둘 그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연두, 연두색으로 봄 숲은 또 얼마나 예쁠까. 또 얼마나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까. 상상만 해도 군침이 도는 봄나물처럼 그 향기들은 그 색깔들은 또 얼마나 싱그럽고 생기발랄하고 경이로울까. 나는 또 이 작은 마을 산을 헤매며 아주 큰 나라에 온 듯 호기심을 사방팔방으로 홀리며 얼마나 또 의기양양할까. 이 세상에 봄이 없었다면, 꽃과 나무, 새, 바람과 구름, 햇살, 별과 달이 없었다면 나는 어떻게 살았을까? 봄이 있었기에 다른 어떤 색과 비교할 수 없는 연두색, 새순들이 있었기에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삶과 함께 유유히 이곳까지 흘러올 수 있지 않았을까.

곧 색색으로 활짝 핀 봄꽃들이, 생명 물기로 흠뻑 젖은 봄꽃들이 연두를 낳고, 초록으로 춤추기 시작할 것이다. 눈부신 초록! 어디로 눈을 돌려도 끝없는 초록인 세상! 춤추는 푸른 별, 지구가 될 것이다. 끊임없이 삶을 내뿜으며 신묘를 즐기는 봄은 명사가 아니라, 생명이 기지개를 활짝 켜는 동사이니까!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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