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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섞어 먹는 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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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다. 지금보다 조금 더 더워지면 사람들이 찾는 음식이 있다. 그것은 바로 빙수이다. 알다시피 빙수는 곱게 간 얼음 위에 팥, 과일 등을 올리고 시럽이나 우유를 부어 만든다. 그런데 빙수를 먹는 방법은 민족이나 문화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한국에서는 빙수를 먹을 때 그릇에 들어간 모든 것을 마구 섞어 먹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렇게 섞어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렇게 먹는 사람은 소수이다.

일본 사람들도 빙수를 즐겨 먹는다. 일본어로 빙수를 ‘가키고리’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가키’는 ‘깎다’라는 뜻이고 ‘고리’는 ‘얼음’이라는 뜻이다. 일본 사람들은 이 가키고리를 먹을 때 윗부분부터 조심스럽게 조금씩 떠먹는다. 숟가락을 세로로 꽂아서 먹으면 빙수의 다양한 맛과 색깔을 즐길 수 있다.

그렇다면 양국 사람이 빙수 하나를 같이 먹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몇 년 전 어느 책에서 읽은 이야기 하나가 떠오른다. 한국에 체류하는 일본 사람이 한국 친구와 빙수 가게에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두 사람은 이 가게 빙수량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고 빙수 하나를 시켜서 나누어 먹기로 했다. 얼마 후 팥, 과일, 떡 위에 시럽을 뿌린 예쁜 빙수가 나왔다. 두 사람은 이 예쁜 빙수를 먹는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그런데 한국 친구는 일본 사람이 먹기도 전에 이 빙수를 마구 섞어버렸다. 팥물이 과일과 떡에 스며들어 거무스름해졌고 얼음이 녹으면서 빙수 전체가 시커멓게 변했다. 일본 사람은 한국 친구가 빙수를 왜 이렇게 지저분하게 만드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 사람은 친구의 행동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이런 표정을 본 한국 친구는 일본 친구가 왜 화를 내는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 전형적인 상호문화갈등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일본 사람들의 식생활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사람들은 음식을 다른 사람과 나눠 먹는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빙수 하나를 연인이나 가족도 아닌 사람과 나눠 먹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일본 사람들은 빙수 가게에 가면 각자 하나씩 시켜 먹는다. 또 하나 알아둘 것은 일본 사람들은 ‘맛있는 것은 눈으로 보기만 해도 맛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 요리사들은 맛과 함께 모양과 색깔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어떤 경우에는 맛보다 모양에 신경을 더 써서 꾸미기도 한다. 이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일본 사람들은 빙수를 섞어 먹지 않고, 카레라이스를 먹을 때도 카레를 밥 위에 얹어 먹지만 막 섞어서 먹지는 않는다.

이런 갈등을 피하려면 빙수를 각자가 하나씩 시켜서 먹는 게 가장 좋다. 만약 하나를 나누어 먹어야 한다면 사전에 논의하여 이런 갈등을 피하는 게 좋다. 빙수 이야기가 나왔으니 빙수의 역사를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한국 사람들이 빙수에 팥을 얹어 먹기 시작한 것은 일제강점기이다. 당시 일본 사람들은 기계로 잘게 간 얼음에, 끓인 후 차게 식힌 팥을 얹어 먹었고 한국 사람들도 그것을 따라 했다. 빙수에 달여서 진하게 만든 우유를 부어 먹는 것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미군의 영향이다. 1970년대에는 냉장고가 가정에 들어왔고 이와 함께 빙수도 널리 유행하게 되었다. 빵집에서는 얼음, 팥, 우유에다 떡, 젤리, 시럽 등을 추가한 다양한 빙수를 내놓았다. 이렇게 보면 빙수는 ‘전형적인 다문화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장한업 이화여자대학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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