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안쪽에 갇혀 있던 한국 선박 26척 중 한 척이 해협을 통과했다고 외교부가 어제 밝혔다. 미·이란 전쟁 발발 이후 한국 선박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가 이란 외교장관 통화와 특사 파견, 각급 외교채널을 통해 모든 선박의 안전과 자유로운 항행을 지속 요청해온 결과일 것이다.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남아있는 25척의 선박과 우리 국민의 무사 귀환 노력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해당 선박은 쿠웨이트에서 원유 200만배럴을 싣고 울산으로 향하다가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여 있던 HMM 소속 유조선 ‘유니버설 위너호’다. 다음 달 8일쯤 울산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중동전쟁 장기화 속에 제한적이나마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원유 수급과 물류 불안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우리 경제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하지만 이번 사례만으로 상황이 안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도 한국 선박 25척이 호르무즈해협 인근 해역에 머물러 있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일촉즉발이며,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만약 해협 봉쇄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국제 유가 급등은 물론 국내 산업과 물가에도 직접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 정부는 이번 통항 허용을 단순한 일회성 조치로 끝내지 말고, 나머지 선박들이 조속히 해협을 벗어날 수 있도록 외교·안보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통항 허용이 단순한 인도적 조치인지, 아니면 외교적 메시지와 맞물린 결과인지도 살펴볼 일이다. 정부는 이란 측에 통행료나 다른 형태의 대가를 지불하지는 않았고, ‘나무호’ 피격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일한 선사인 HMM 나무호 피격 이후 악화한 한국 내 여론을 의식한 ‘대가성’ 조치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특정한 의도가 개입돼 있다면 이는 단순하게 넘길 일이 아니다. 여당 내에서조차 이란 혁명수비대의 개입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나무호 공격 주체에 대해선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 외교 채널을 통해 이란 측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고, 이란 소행으로 확인되면 재발 방지 약속과 함께 한국 선박의 안전 보장 조치를 단호하게 요구해야 한다. 지나친 신중함은 국민 불안과 의혹을 키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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