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해군 창설 당시 배에 함포가 장착돼 바다에서 적과 싸울 수 있는 전함은 한 척도 없었다. 제대로 된 함정 구입을 위해 해군 장병들은 월급 일부를 갹출했고, 군인 가족들도 삯바느질 등을 통해 모금에 동참했다. 1949년 10월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은 그간 모은 돈을 들고 미국으로 건너가 적당한 중고 군함 물색에 나섰다. 그때 뉴욕에서 거금을 주고 사들인 선박이 우리 해군 최초의 전함 백두산함이다. 까마득한 옛날이야기다.
손 제독은 박옥규 중령을 백두산함 초대 함장에 임명했다. 그러면서 수리·정비가 끝나는 대로 배를 몰고 귀국할 것을 지시했다. 파나마 운하를 거쳐 태평양에 진입한 백두산함은 1950년 4월10일에야 경남 진해에 입항했다. 한국 해군 역사상 최초의 태평양 횡단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2개월여 뒤 6·25 전쟁이 발발한 그날 백두산함은 부산 앞바다를 통해 침투하려던 북한군 약 600명을 태운 무장 수송선을 격침하는 전공을 세웠다. 백두산함 실전 배치가 몇 달만 늦어졌어도 큰일 날 뻔했다.
독일은 잠수함을 잘 만들기로 유명하다. 제1·2차 세계대전 기간 ‘유(U)보트’로 불린 독일 잠수함은 연합국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1980년대까지 소형 잠수정에 의존하던 우리 해군이 중형 잠수함 도입을 결정하고 사업 파트너로 독일을 택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1993년 취역한 장보고급 잠수함 1번함은 독일 킬 조선소에서 건조됐다. 그랬던 한국이 이제 독자 기술로 3000t급 이상 잠수함을 만들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우리 해군 잠수함 도산안창호함(3000t급)이 엊그제 캐나다 서부 해군 기지에 입항했다. 지난 3월25일 진해를 출발한 지 거의 60일 만으로, 무려 1만4000㎞를 항해했다고 한다. 한국 수상함이 아닌 잠수함의 태평양 횡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캐나다 정부가 발주한 차세대 잠수함 사업 수주를 놓고 독일과 경쟁 중인 한국이 K잠수함의 장기 임무 수행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도산안창호함에 승선한 캐나다 해군 관계자들도 호평을 쏟아냈다니 반가운 일이다. 이르면 6월 발표될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의 파트너가 한국이 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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