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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트럼프의 팔순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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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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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백악관을 자신의 스타일로 화려하게 꾸미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는 더는 국가 운영의 공간이라기보다 한 개인의 취향을 전시하는 쇼룸에 가까워졌다. 벽은 초상화로 가득 찼고, 황금색 장식은 선반과 벽난로, 테이블 위를 점령했다. 미국 언론이 “갤러리 쇼룸이 된 오벌 오피스”라고 평한 이유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옮겨온 금빛 조각상과 천사상은 물론이고, TV 리모컨마저 금박으로 치장됐다. 대통령이 아닌 셀러브리티의 공간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권력의 상징이던 백악관은 트럼프란 브랜드의 확장판에 더 가까워졌다. 권력은 종종 자신의 취향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어떤 권력은 품격으로, 어떤 권력은 절제로 자신을 드러낸다. 과시욕으로 점철된 트럼프는 그 반대편에 선 인물이었다.

정점은 지난해 7월 백악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등장한 ‘슈퍼맨 트럼프’였다. 영화 포스터 속 슈퍼맨의 얼굴은 트럼프의 젊은 시절 사진으로 바뀌었고, 그 아래에는 “희망의 상징”, “진실, 정의, 미국의 방식”이라는 문구가 붙었다. 백악관이 국가기관인지 팬클럽인지 헷갈릴 정도다. 지지자들에게는 강인한 영웅의 이미지로 비치겠지만, 반대편에서는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이 자신을 신격화하는 위험한 징후로 읽혔다. 결국 ‘노 킹스’(No Kings) 시위로 분열상은 가속화됐다.

트럼프의 80번째 생일을 맞아 지난 14일 백악관에서 열린 UFC 대회는 그 완결판이나 다름없다. UFC는 1993년 미국에서 탄생한 종합격투기 스포츠 단체다. 원래 미국 독립 250주년을 기념해 예정됐던 대회가 대통령의 제안으로 자신의 생일 행사와 맞물려 백악관 잔디밭으로 들어왔다. 이름하여 ‘UFC Freedom 250’. 세계 최강의 격투가들이 백악관 앞에서 싸우고, 수많은 관중이 환호했다. 로마 시대 검투사 경기를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이쯤 되면 단순히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팔순잔치가 아님은 분명하다. 백악관은 국가의 집무실이면서 동시에 트럼프라는 브랜드를 상영하는 거대한 무대가 됐다. 한때 세계 민주주의의 등불로 불렸던 미국의 정치가 어디까지 희화화될지를 보여주는 불편한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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