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유 화백을 전혀 몰랐었는데 K팝 스타 BTS의 RM(김남준) 때문에 알게 되어 김상유 화백의 그림과 삶의 궤적들을 찾아보았다. 알면 알수록 더욱 좋아지는 그의 그림과 사람됨. 하여 두 친구와 함께 석파정 서울미술관에서 하는 김상유 탄생 100주년 기념전 ‘쉽게 닳지 않는 사람’을 보러 갔다.
맨 처음 만난 작품이 그 유명한 국수 기계(국수틀)로 만든 1970년 제1회 서울국제판화비엔날레에서 대상을 받은 에칭 작품 ‘막혀버린 출구’였다. 검은색 배경 위에 가로로 관 같은 사각형이 놓여 있고 그 안에 한 사람이 누워 있는 그림 3점. 자세히 보면 누워 있는 사람의 형태가 그림마다 점점 더 진해지는 걸 볼 수 있다. 아마도 인간은, 살아서나 죽어서나 관 속에 있는 것과 같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실은 더 뚜렷해진다는 의미이리라. 출구 없는 관 속에 갇혀서도 매일 새로운 두려움과 경이로 눈을 뜨는 나 자신을 보는 듯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서른 넘은 나이에 외국 잡지에서 본 에칭 작품들에 매료돼 독학으로 그 세계에 뛰어들었다. 그 당시 판화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땅에서 전문적인 판화용 프레스기(인쇄기)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래도 그는 좌절하지 않고 고물상에서 철제 국수틀을 사서 직접 개조해 수동 프레스기로 만들어 썼다. 그러니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판화 작업은 판을 깎는 것도 힘들지만 일정한 압력으로 찍어내는 과정 역시 엄청난 중노동이었을 텐데. 게다가 동판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성 가스는?
그 때문에 그는 점차 시력을 잃고 어깨의 통증 또한 더욱 깊어졌다. 하여 더 이상 동판화 작업을 할 수 없어 목판화와 유화로 방향을 돌렸다. 그렇다고 더 편해진 건 아니었다. “몸을 돌보다가는 평생 아무 일도 못 해. 사람은 몸을 자꾸 써야 해. 이 세상에서 다 쓰고 가야 해. 나는 내 몸 다 쓰고 갈 테야”라고 말한 장욱진 화백의 말에 힘입어 그도 몸 사리지 않고 ‘시간을 견디는 몸’으로 자신을 단련시키며 우리 색과 질감을 위해 놋숟가락과 주전자 뚜껑으로 한지를 일일이 문질러 가며 작업했다.
하여 그의 유화 작품은 더욱 단순하고 소박하고 단정해졌다. 하지만 뒤끝은 깊고 넓고 강렬하다. 그리고 언제나 그 중심에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남자’가 있다. 그는 그 남자를 가리켜 “이 인물은 곧 나 자신이며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라고 말하며, 이 남자가 전국의 산과 강, 사찰과 정자와 누각 등에 앉아 어떻게 자연과 삶을 명상하고, 느끼고, 듣고, 노래하고, 품고, 사랑하고, 늙어가면서 무위자연이 되어가는가를 보여준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여유와 무해한 도취로 ‘청산도 절로절로 녹수도 절로절로 나도 절로절로’라는 송시열의 시조를 읊조리며.
김상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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