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도하 시인의 시집을 읽는다. 스물셋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첫 시집이 유고시집이 되어버린 ‘미래의 손’(봄날의책, 2024. 5.). 그 시집조차 안아보지도 못하고 떠난 시인. 그녀가 남긴 시집을 읽는다. 두 번째다.
“너무 슬픈데, 슬프다는 말 말고 다른 말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슬픈데”(‘부고’ 부분) 그녀의 시편들에 꾹꾹 눌러져 있는 아픔, 기대, 공포, 깊은 통찰력, 수치심과 저항,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는 희망의 스위치를 읽는다. “그냥 다 죽자.// 아빠가 칼을 들고 외친다. 놀란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이럴 바엔 다 죽자고./ 아빠가 칼을 휘두른다.” 그렇게 그런 식으로 “아빠는 엄마와 오빠와 나를 때리고/ 엄마와 오빠는 나를 때리고……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내가 몇 번이고 빌자 오빠는 때리기를 멈춘다./ 내 머리에서 나온 피가 현관에 묻는다./ 나는 방 안에 들어가서 쓰러진다. 일어나 보니 베개에 피가 묻어 있다.”(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 부분)는 ‘유년의 윗목’을 읽을 땐, 나도 모르게 온몸이 냉각되었다. 너무 끔찍하고 무서워서.
매번 이런 폭력적인 일상과 부딪치면 어떻게 견딜까? 견딜 수나 있을까? 유년 시절에 겪은 아주 작은 트라우마에도 우리는 평생 그 진실 앞에 서려면 한껏 용기를 내고, 또 내야 하는데…. 차도하 시인은 맨몸으로 아주 매서운 겨울의 정신처럼 그 모든 걸 시에, 시편 하나하나에 핏빛 루비처럼 박아 놓았다.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를 쓴 루마니아 작가 아글라야 페터라니처럼. 차도하 시집을 읽으면서 나는 끊임없이 이 소설을 떠올렸다. 그녀가 이 소설에서 튀어나온 주인공인가? 느껴질 만큼. 둘 다 너무 아깝고, 너무 빨리 세상과 하직해버렸다는, 극도의 안타까움과 비애와 상실감을 느꼈다.
둘 다 언어 감정 지능과 언어 감정 인식 능력이 아주 뛰어난 작가들이어서. 자신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뜨겁고 한없이 차가우면서도 다정한, 독창적 자기 생각 집중력이 아주 강한 작가들이어서. 죽지 않고 살아남았으면…. 희미할지언정 희망의 불꽃을 꺼뜨리지 않고, 미래의 손을 호주머니 깊이 찔러 넣지 않고, 그 손을 빼내어 앞으로, 앞으로 계속 뻗쳐나갔으면…….
하지만 나는 차도하 시인을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마주친 적도 없다. 그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스무 살(2020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와 관련된 출판사엔 시를 주지도 싣지도 않겠다고 선언한 시인. 첫 시집보다 산문집 ‘일기에도 거짓말을 쓰는 사람’을 먼저 내어 자신이 ‘폴렌타 속에서 끓고 있는, 너무나 아픈 아이’임을 공표한 시인. 그 꽃다운 인생이, 그 내공 깊은 문학적 재능이 너무 아깝고, 가여워 그 처연한 시집을 쓰다듬어 본다. 그러자 그 자리에 창문이 생겼다. 창문을 열자, 천사가 지나간 자리에 남은 비행운이 보였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그녀의 명복을 빈다.
김상미 시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동물의 법적 지위](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7/128/20260707522909.jpg
)
![[데스크의 눈] 아이는 어른이 만든 세상에 산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3/17/128/20260317520231.jpg
)
![[김상미의감성엽서] 차도하 시인](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23/128/20260623516944.jpg
)
![[오늘의시선]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을 소망하며](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7/07/128/20260707522829.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