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설왕설래] 에어컨 이념전쟁

관련이슈 설왕설래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박병진 논설위원

인쇄 메일 url 공유 - +

2024년 파리올림픽은 ‘가장 친환경적인 올림픽’을 표방하며 출발했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고, 경기장을 재생에너지로 운영하며, 신축 건물을 최소화하는 등 모든 목표는 탄소 배출 감축에 맞춰졌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에어컨 없는 올림픽’을 선언하며 저탄소 시대의 상징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섭씨 3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친환경 정책들은 조금씩 수정됐고, 선수들의 안전과 경기력 유지를 위해 결국 2500여 대의 이동식 에어컨 설치를 허용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였다.

1902년 미국인 윌리스 캐리어는 인쇄공장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현대식 공조시스템을 개발했다. 우리가 아는 ‘센추리’(century) 에어컨의 시초다. 에어컨은 극장을 거쳐 사무실과 병원, 백화점으로 확산했고, 1920년대에는 가정용 제품까지 등장하면서 인류의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에어컨은 도시 풍경도 변모시켰다. 엘리베이터가 초고층 도시를 만들었다면, 에어컨은 사막과 열대지역에서도 대도시 건설을 가능하게 했다.

에어컨이 폭염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크게 줄이며 인간의 활동 영역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넓혔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 대신 실외에는 더 많은 열을 내뿜고, 막대한 전력을 소비했다. 냉매 문제와 온실가스 배출 역시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에어컨을 많이 사용할수록 지구는 뜨거워지고, 더 뜨거워진 지구는 다시 더 많은 에어컨을 필요로 하는 악순환의 구조가 형성됐다.

최근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는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에어컨이 정치·사회적 갈등 이슈로 번지고 있다. 보수 진영에선 에어컨 규제 완화 찬성을, 진보 진영은 환경 보호를 위해 보급 반대를 외치고 있다고 한다. “부채를 쓰면 녹색당, 에어컨을 켜면 극우”라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올 정도로 갈등의 골은 깊다. 이른바 ‘에어컨 이념전쟁’이다. 배경에는 유럽 각국 정부의 엄격한 환경 보호 정책과 이에 따른 저조한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자리한다. 생존을 위해 폭염에 대응하면서도 탄소 배출은 줄이는 기술과 정책을 동시에 발전시키는 것이 지속 가능한 해법일 게다. 에어컨 이념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다.


오피니언

포토

웬디, 놀라운 스키니 몸매
  • 웬디, 놀라운 스키니 몸매
  • 차정원, 직각 어깨 드러낸 '올블랙룩'
  • 모모, 인형 비주얼
  • 장원영, 침대 위에 여신이 내려왔네…빛나는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