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부적보다 강한 힘 발휘
이번 월드컵서도 경기마다 떼창
나라별 장외 문화경쟁에 흥 더해
“뚜~뚜~뚜~뚜~위송빠레.” 지금도 들으면 괜히 울컥하게 된다. 박지성이 에인트호벤에서 뛰던 시절, 그가 활약할 때마다 스타디움에 울려 퍼졌던 응원가다. 2003년 박지성은 네덜란드에 진출하며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네덜란드 리그는 무명의 아시아 선수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부상과 슬럼프로 적응기가 길어지자 홈팬들은 급기야 공이 박지성에게만 가도 야유를 쏟았다. 그러나 박지성은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 같은 남자였다. 헌신적인 그의 플레이는 팬들을 감동시켰고, 야유는 응원가로 변했다. ‘위송빠레’는 ‘지성 박’의 네덜란드식 발음이다. 홈팬들의 냉담한 시선 속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이가, 자신의 이름이 경기장을 채우는 순간을 만났을 때 느꼈을 전율은 상상하면 마음 한구석이 여전히 뜨끈해진다.
‘위송빠레’가 떠난 후, 그 빈자리를 메워 준 응원가는 “Nice one Sonny(나이스 원 소니)”다. 손흥민의 토트넘 시절 팬들은 손흥민이 선전할 때마다 “nice one son. let’s have another one(아주 잘했어 손흥민. 한 번 더 가자)”을 반복하며 그의 기를 살려 줬다. 이 노래는 토트넘 레전드 풀백이었던 시릴 놀스의 응원가를 살짝 개사한 곡으로, 팬들은 손흥민에게 이 노래를 전하며 그가 팀의 일원임을 인정했다. 낯선 땅에서 온 이방인에게 홈팬들이 부여해 준 응원가는 그 어떤 부적보다 강한 힘이었으리라.
막바지에 이른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도 감동적인 응원가를 만날 수 있다. 가장 인기를 끈 응원가 주인공은 잉글랜드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 “나나나 나나나나, 나나나나, 헤이 주드.” 잉글랜드 팬들은 그가 활약할 때마다 비틀스의 명곡 ‘Hey Jude(헤이 주드)’를 떼창하며 기뻐했다. 주드 벨링엄 부모님의 선견지명일까. 어쩜 아들 이름을 ‘주드’라 지었을꼬. 주드 벨링엄 개인에게도 영광일 테지만, 그의 활약을 통해 60년 된 명곡이 그라운드에서 소환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행운일 것이다.
‘헤이 주드’와 함께 잉글랜드는 승리의 순간 오아시스의 노래 ‘Wonderwall(원더월)’로 경기장을 콘서트장으로 탈바꿈시켰다. “Because maybe, youre gonna be the one that saves me. And after all, youre my wonderwall(왜냐하면 어쩌면 당신이 날 구원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당신은 나의 원더월이니까요.)” 잉글랜드 사람도 아님에도, 해당 떼창을 들을 때마다 위로를 받는다. 대화보다 강한 소통. 무릇, 음악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잉글랜드뿐 아니라, 이번 대회 출전국들은 자국 문화를 활용한 승리 세리머니로 장외 문화 경쟁도 치열하게 치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도입한 ‘골세리머니 송’과 ‘승리 축하곡’ 시스템 덕분이다. FIFA는 각 팀으로부터 플레이리스트를 미리 제출받아, 경기 날 그라운드에 송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 월드컵 공동 개최국 미국은 존 덴버의 ‘테이크 미 홈, 컨트리 로즈(Take Me Home, Country Roads)’로 축구 팬들을 집결시켰다. 치열한 경기 끝에 들려오는 존 덴버의 서정적인 노래가 월드컵의 감흥을 데우기에 충분했다.
32강에서 도전을 멈춘 대한민국 대표팀도 조별리그 체코전 승리 당시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를 선곡해 화음을 모았다. 역설적으로, 대한민국 축구계의 비운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 월드컵이긴 했지만 말이다. 다음 페이지로 나아갈 수 있게, 다시 힘을 모을 때다.
노래는 아니지만, 8강 신화를 이룬 노르웨이의 응원 문화도 폭발적인 화제를 모았다. 자신들이 바이킹 후예임을 상기시킨 노 젓기 세리머니, 일명 ‘바이킹 로(The Viking Row)’다. 마치 바이킹 배에 앉아 보이지 않는 노를 젓는 듯한 동작으로, “Ro!(노를 저어라)”를 크게 외치는 게 백미. 따라 하기 쉽고, 장소도 가리지 않는 탓에 이 응원은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와 노르웨이 의회에도 등장했다. 급기야 해당 응원은 세계적인 밈(Meme)으로 승화돼 지구촌 사람들을 하나로 묶고 있다. 축구의 순기능 중 하나가 공동체 통합이라는데, 임자 제대로 만난 월드컵이구나 싶다.
정시우 대중문화 칼럼니스트·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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