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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0∼3시간 수면이 일상이라는 다카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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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영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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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총리’로 인기 얻었지만
日 여론 반응 작년과 사뭇 달라
내각 지지율 하락 고착화되면
안정적 한·일 관계 악영향 우려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로 선출된 뒤 수락연설에서 한 말이다. 어찌나 화제가 됐는지 2025년 신조어·유행어 대상으로도 선정됐다.

유태영 도쿄 특파원
유태영 도쿄 특파원

이후 현지 매체들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회식에 잘 참석하지 않아 주요 인사들과의 대면 소통이 뜸하고, 퇴근 후 혼자서 정책 자료에 파묻혀 사는 ‘은둔형’이라는 보도가 잇따랐지만 사람들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술자리 위주 남성적 정치문화를 깨고 열심히 일하는 총리의 모습으로 비쳤다. 이는 장기간 이어진 고공 지지율에도 일조한 것으로 평가됐다.

토·일요일과 바다의날 사흘 연휴(18∼20일)가 있었던 지난주, 그의 일하는 방식이 다시 화제가 됐다. 20일 총리의 엑스(X) 계정에 “평일에는 공관에 돌아와 욕조 청소, 목욕, 저녁식사, 설거지, 빨래, 간단한 청소까지 하느라 바쁘고, 이후 심야 시간대에는 새벽까지 관저에서 가져온 자료나 국회 답변자료를 읽느라 쫓긴다”는 글이 올라오면서다. 여당이나 부처 고위관계자와의 조율 작업은 대개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에게 일임한 채 퇴근한 뒤 거동이 불편한 남편 돌봄과 집안일, 자료 검토 등을 하느라 만성적인 수면 부족 상태에 빠져 있다는 언론 보도내용을 본인이 직접 확인해준 셈이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글이 올라온 시점이다. 당시 엔화 가치는 39년 반 만의 최저치를 기록하며 ‘재정 확대를 통한 성장’으로 대표되는 그의 경제정책 ‘사나에노믹스’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드러내고 있었다. 연휴 직전인 17일에는 여당 주도로 왕실전범 개정안을 처리했다. 여성·모계 일왕의 탄생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여론과는 동떨어진 법 개정이었다.

이후 내각 지지율이 출범 후 최저치를 기록한 언론사 정례 여론조사가 잇달아 나왔다. 50% 선이 붕괴하거나, 비지지율이 지지율을 역전하는 ‘데드 크로스’ 현상도 나타났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가 공개된 날 게시된 그의 X 글을 보면서 다시 한번 자신의 성실함을 부각하며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그는 사나에노믹스의 기틀이 될 ‘경제재정 운영·개혁 기본 방침’ 각의 결정(21일) 등에 앞서 자료를 읽고 수천 통의 메일을 처리하느라 주말도 없었다면서, 바다의날이 돼서야 비로소 밀린 세탁물 다림질과 수선 등을 할 짬이 생겼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온라인상 반응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특히 “총리 취임 후로는 0∼3시간 수면이 일상이었는데 오랜만에 5시간이나 잘 수 있었다”는 언급에 경악하는 반응이 많았다. 다카이치 총리가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동정 여론도 있었지만, “국회에 나가기 싫어서 대는 핑계”라고 꼬집거나 “늘 저렇게 피곤한 상태라면 위기 상황에서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 전문가는 “일국의 총리에게 중요한 성공 조건은 밤의 숙면과 역사적 감각”이라는 해럴드 윌슨 전 영국 총리의 말을 소환하기도 했다.

총리가 하루 3시간도 채 못 자면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이 공직사회에는 무슨 신호로 작용할지, 총리의 일상생활 지원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어졌다.

이번 일을 단지 외국 총리의 업무 방식 문제로 국한해 바라보기 어렵다.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하고, 이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책임제는 임기가 보장되는 대통령제에서보다 지지율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한다. 더욱이 다카이치 총리는 취약한 당내 기반을 높은 대중적 지지로 보완해온 만큼, 지지율 하락 현상이 고착화한다면 한·일 관계를 보수층 결집용 소재로 삼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원래 독도나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영토·과거사 문제에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정치인이다.

한·일은 최근 정상 간 셔틀 외교가 활성화되면서 근래 보기 드문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내각의 지지율 하락과 ‘하루 0∼3시간 수면’ 발언에 대한 역풍을 바라보면서 8·15나 야스쿠니신사 가을 제사 등 앞으로 다가올 여러 계기를 이전보다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주시하게 된다. 안정적인 한·일 관계 앞에 놓인 도전과제가 얼마나 많은지 새삼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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