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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눈] 북·미 대화와 한국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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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열 외교안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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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축소·북미회담 추진
트럼프 입에 한반도 정세 급변
당사국인 韓 존재감은 ‘미미’
북핵 협상 조건 목소리 내야

지난 19일 국회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훈련 축소와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지시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 “새로운 국면의 전환”이라고 답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동북아 지각판이 움직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 축소를 지시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있었다고 공개한 것이 17일과 18일이다. 올해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참모들에게 내렸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온 건 19일. 표면적으로 드러난 몇 마디 말로 단 3일 만에 한반도 정세를 확연히 바꿔놓았다. 과연 세계 최강의 ‘말발’이다.

강구열 외교안보부장
강구열 외교안보부장

전광석화 같은 상황 전개의 이면에 무슨 일이 있었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급박하게 돌아가는 형세를 보면 한 가지 또렷한 지점이 있다. 한국 정부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트럼프발’ 정세 변화가 표면화된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축소 결정 방식부터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실을 밝힐 때까지 우리 정부는 아무것도 몰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매우 좋은 관계” 운운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이란 전쟁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한·미 연합훈련이 단순한 군사훈련이 아니라 연합방위의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안보체제의 결정적인 변화임에도 한국 정부는 일절 배제됐다. 미국 정부 내에서조차 공유되지 않았던 정보라는 점에서 좌충우돌하는 ‘트럼프 스타일’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사정이 무엇이건 간에 UFS 축소 결정에 한국이 없었다는 점은 예의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북·미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응답이 있었다고 밝혔다. 올해 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한국 정부와의 조율, 실무협상 등 기존의 프로세스는 무시하는 듯싶다. 김 위원장과 직접 거래에 나서겠다는 태도만 선명하다.

실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동맹의 가치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가장 걱정되는 건 역시 북핵이다. 자국 정치 상황에 유리하게 써먹을 수 있는 외교적 성과를 손에 쥐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의 염원인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는 20일 북한이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핵무기 수량까지 언급한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미국의 핵심 대북정책은 유지되고 있는 것일까.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합훈련 축소, 정상회담 추진이 북·미 대화 재개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반도 평화를 이끌기 위한 북한과의 대화, 교류를 미국이 이끌고, 한국이 보조를 맞추는 ‘피스·페이스메이커론’의 현실화된 형태로 보인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가 환영할 일임에는 분명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해와 요구가 얼마나 반영될 수 있는가이다. 연합훈련 축소 지시 공개를 시작으로 지난 며칠간 이어진 흐름을 보면 ‘패싱’이라고 단언하기는 힘들지만 당사자인 한국이 ‘주변화’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중에 없는 듯싶고, 북한은 시종일관 거친 적개심만을 표현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상 간 외교가 속도를 낼수록 우리 정부는 더 집요하게 한국의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 북핵 협상안에 한국을 위협하는 핵·미사일이 포함되는지, 주한미군과 연합훈련이 협상 카드 중 하나인지 등을 따져야 한다. 협상의 결과를 통보받는 게 아니라 협상의 조건을 만드는 당사자로서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야 한다. 북·미 대화는 평화의 기회일 뿐만 아니라 한국이 없는 자리에서 한국의 운명이 결정되는 위험한 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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