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임명사유서’ 도입… 국민에 배경 설명해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정국이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13일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다. 그러나 후보자의 사퇴로 인사 논란의 본질까지 가려져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를 검증 실패로만 규정하면 임명권자의 판단과 책임이라는 핵심을 놓친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2008년 음주운전 벌금형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기재돼 있었다. 2024년 신약 관련 사건의 기소유예 처분도 검증기관이 적법한 절차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였다. 용 후보자는 전문성과 의원직 겸직 등을 둘러싼 논란 끝에 물러났다. 자진사퇴로 논란은 일단락될 수 있지만, 후보자가 물러났다고 해서 어떤 위험을 알고도 지명했는지에 대한 임명권자의 설명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세 가지를 물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문제를 찾아내지 못했는가. 문제를 알고도 임명해도 된다고 판단했는가. 아니면 관련 정보가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는가. 첫째는 검증의 문제이고, 둘째는 대통령 판단의 문제이며, 셋째는 보고체계의 문제다. 후보자의 문제점이 대통령에게 보고됐더라도 인선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증의 양을 늘리기에 앞서 정보 전달과 판단 과정을 살펴야 한다.
후보군의 폐쇄성과 추천·검증 단계의 부실도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충분한 정보가 보고된 뒤의 선택까지 검증기관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검증은 위험을 식별할 뿐 이를 감수할지 결정하지 않는다. 법적 결격은 아니지만 논란이 될 흠결을 안고도 임명할지는 정치적 판단이다. 인사는 정보의 문제를 넘어 선택의 문제이며,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
우리 정치는 인사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검증기구부터 손봤다. 직전 정부는 2022년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검증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겼다. 현 정부는 2025년 이를 폐지해 검증 기능을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경찰로 되돌렸고, 강선우·이진숙 후보자 낙마 등 인사 논란 뒤에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했다. 검증 조직은 신설·폐지·재편을 거쳤지만 논란은 되풀이됐다. 추천·검증 담당자의 실무 책임은 따로 물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최종 임명권자의 정치적 책임을 대신할 수는 없다.
국무위원 후보자는 국회의 임명동의 대상이 아니라 인사청문 대상이다. 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대통령은 법정 절차를 거쳐 임명할 수 있다. 헌법 제94조가 국무위원 임명에 국회 동의를 요구하지 않기에, 현행 헌정 체계에서 장관 인사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에게 귀속된다. 권한이 모이는 곳에 책임도 모여야 한다.
문제는 권한은 집중돼 있지만 책임은 쉽게 흐려진다는 데 있다. 인사 논란이 생기면 검증 담당자와 인사 참모, 추천 라인부터 비판을 받는다. 이들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정보를 모으고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이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이 아니다.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사태가 끝나면 지명 과정과 임명권자의 판단 책임은 묻히기 쉽다. 책임을 검증기관이나 물러난 후보자에게만 돌리면 정작 가장 중요한 판단의 책임은 사라진다.
당장 가능한 해법은 검증 절차를 더 늘리는 것이 아니라 설명 책임을 강화하는 것이다. 청문 절차가 끝난 뒤에도 임명을 강행할 경우 대통령이 어떤 흠결을 알고도 왜 감수했는지를 가칭 ‘고위공직자 임명사유서’에 담아 공개하도록 하자. 후보자가 중대한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경우에도 대통령은 최초 지명의 근거와 위험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공적 직무수행과 관련된 주요 위험과 이를 감수한 이유를 적되 사생활과 확인되지 않은 의혹은 제외하면 된다. 법률 개정에 앞서 청와대 자체 준칙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임명사유서는 후보자의 흠결에도 불구하고 어떤 역량과 공익을 더 중시했는지를 드러내는 문서다. 대변인의 해명은 산발적이기 쉽고 감수한 위험을 특정하기 어렵다. 임명사유서는 판단을 공식 기록으로 남긴다. 검증을 늘리는 장치가 아니라 결정에 책임을 부과하는 장치다. 국민은 인사의 결과가 드러난 뒤에도 당시 판단의 타당성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검증은 결정을 대신할 수 없다. 결정한 사람이 이유를 밝히고 결과에 책임지는 것, 그것이 민주적 인사의 원칙이다. 대통령에게 임명권이 있는 이유는 최종적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그 결정의 근거를 내놓을 책임 역시 대통령에게 있어야 한다.
김호균 전남대 행정학과 명예교수 공공리더십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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