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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고 눈물만" 가족-생존자-국민 '트라우마'

입력 : 2014-04-19 23:08:28 수정 : 2014-04-19 2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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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참사로 치닫고 있는 여객선 침몰사건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과 믿기지 않는 당시 상황들이 나흘째 시시각각 전해지면서 실종자 가족과 생존자는 물론 이들을 지켜보는 국민들까지 모두가 '세월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19일 학부모대책본부 등 실종자 가족 등에 따르면 실종자 학부모 A씨가 전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뇌경색 증세를 보여 인근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여객선 침몰사고가 장기화되면서 실종자 가족들의 피로도도 극에 달하고 있다.

실제로 임시거처로 쓰이고 있는 진도실내체육관 곳곳에서는 체력이 바닥난 실종자 가족들이 링거액을 맞아가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현재 진도실내체육관 인근에는 만일의 상태에 대비해 구급차량이 대기 중이며, 보건소와 군·약사회 등에서도 비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실종자 가족 B씨는 "침몰 초기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희소식과 비보가 이어지고 절망적인 소식이 있다가도 몇시간 후 다시 생존 소식이 전해지는 등 롤러코스터와 같은 상황이 끊임없이 이어져 이젠 심신이 지칠대로 지쳤다"며 "정신이 어지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족 C씨는 "가끔은 이 모든 게 꿈인가 싶을 때가 있다"며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지만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지 않느냐"며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살아남은 자'들도 정신적 공황 상태를 보이고 있다.

류재광 목포한국병원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침몰 생존자들을 검진한 결과 4명 정도가 극도의 우울증과 불안상태에 빠져 있어 심리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원칙적으로 심층면담을 통해 불안증세를 없애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환자가 사고 당시 기억를 잊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류 원장은 "앞으로 생존자가 발견된다면 아사 직전일 것"이라며 "현장에 바로 투입할 병원 측 닥터 헬기를 준비 중이다"고 전했다.

현재 목포한국병원에는 11명의 환자가 입원 중이며 중환자가 5명, 경상은 6명이다. 시신 10구는 경기도 안산 등 유족이 원하는 곳으로 이송됐다.

지난 4일간 슬픔을 함께 한 국민들도 정신적 충격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 손자, 사랑하는 자식, 내 누나, 옆집 오빠와도 같은 학생 수백 명을 비롯해 어린 아이에서 고령의 어르신까지 차디 찬 바다에서 실종된 믿기 힘든 '대참사'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불면증이나 우울증, 공포심을 호소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보이고 있다.

직장인 정모(47)씨는 "매일매일 세월호 관련 뉴스를 접한 뒤 화가 치밀어 답답할 때가 많고, 자꾸만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모(21)씨는 침몰소식을 들은 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어렸을 때 비슷한 사고로 구조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 김씨는 "침몰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소름이 끼치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어릴적 기억이 자꾸 떠오르고 차가운 배 안에 있을 학생들 생각에 눈물만 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침몰이라는 충격적인 사고를 간접 경험한 사람도 심한 고통이 포함된 불안 현상을 겪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병철 교수는 "하루 종일 비관적 내용과 감성적인 소식을 접하다 보면 힘들어질 수 있다"며 "특히 나이가 어린 아이들이나 정서가 불안정한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예민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고대안산병원 고영훈 교수는 "정신적 외상은 시각적 자극 등을 통해 올 수 있으며, 불안감과 우울감, 슬픔 등 유족이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반응을 보일 수도 있다"며 "이런 증세를 보인다면 가능하면 다른 부분에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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