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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욕의 檢 '자업자득'…66년 역사 최악 신뢰 위기

입력 : 2014-08-22 18:44:59 수정 : 2014-08-23 18: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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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스캔들 자성없이 미봉…오욕의 검찰 ‘자업자득’ ‘공연음란죄’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김수창(52·사법연수원 19기) 전 제주지검장 사건은 검찰 역사 66년 만에 가장 치욕적인 일로 기록될 만하다. 김 전 지검장은 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직후 변호사를 통해 혐의 내용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김 전 지검장의 ‘개인적 일탈’로 규정하는 기류다. 그러나 김 전 지검장 사건 전개 과정을 따져보면 석연치 않은 구석이 곳곳에 눈에 띈다. 애초부터 검찰 수뇌부가 개인적 일탈로 결론을 짓도록 경찰 수사 방향을 지도하려한 듯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날 경찰 발표에 따르면 김 전 지검장은 지난 12일 밤 11시32분부터 20여분 동안 제주시 중앙로 왕복 7차선 도로를 수차례 무단횡단하며 양쪽 두 군데 건물 주변에서 다섯 번 음란행위를 했다. 음란행위를 한 곳은 제주지검장 관사와 제주중앙여고 인근이다. 경찰은 “김 전 지검장이 순찰차를 보고 바지 지퍼를 올리며 달아나려다가 붙잡혔다”고 밝혔다. 

김수창 전 제주지검장의 음란행위가 사실로 드러나는 등 악재가 터진 가운데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세워진 조형물 ‘서 있는 눈’에 청사 건물이 뒤틀려 반사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그런데도 체포 직후 김 전 지검장은 기자들에게 “황당하고 어이없는 봉변”이라며 검경 갈등의 희생양인 양 오도했다. 검찰과 법무부는 “경찰 조사를 지켜볼 것”이라더니 김 전 지검장이 낸 사표를 즉시 수리했다. 김 전 지검장의 행각이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사인(私人)의 일’ 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것이다. 법무부는 “김 전 지검장의 행각은 경범죄에 불과한 사안”이라고 한정했다.

이는 경찰에 대한 사실상 수사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통상 변태 성욕 범죄자의 경우 주변 조사를 통해 여죄를 밝혀내는 경우가 많은데, 법무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바람에 경찰의 여죄 수사를 사전 차단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김 전 지검장이) 과연 제정신으로 (저런 행동을) 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약물 반응을 살펴보기 위해) 모발 검사 필요성이 있지만 차마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이 김 전 지검장 사건에 동원한 ‘개인적 일탈’, ‘경찰의 음해’란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한 셈이다.

한 경찰은 “이번 사건은 더 수사해봤자 ‘검경 갈등’으로만 비쳐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검찰이 이런 방식으로 사건을 뭉갠 전례는 무수하다. 혼외아들(채동욱 전 검찰총장), 여성 피의자를 상대로 한 유사 성행위(전모 검사), 스폰서를 통한 정기 성상납(스폰서 검사) 등 수많은 성추문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은 ‘엇나간 검사의 사고’, ‘검찰을 음해하는 외부의 음모’라고 치부하며 검찰 조직 보호에 급급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동영상 의혹’은 검찰의 역공이 성공해 당시 사건을 맡았던 경찰 여럿이 좌천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위기를 넘기다 보니 검찰이 근본적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공석이 된 제주지검장 직무대리에 박정식(53·사법연수원 20기) 부산고검 차장검사를 발령했다.

박현준 기자, 제주=임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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