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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여전히 '유전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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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30 18:00:00 수정 : 2016-04-30 13: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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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무죄, 무전유죄!”

2016년 대한민국은 28년 전 서울 북가좌동의 한 가정집에서 울렸던 이 외침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일까.

최근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지불한 수십억원대의 변호사 선임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관예우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해 100억원대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법정에 넘겨진 정 대표가 부장판사 출신 최모(46‧여) 변호사에게 준 돈은 알려진 것만 50억원. 일각에서는 법조 브로커를 통한 전방위적인 로비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법조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유전무죄’ 인식이 우리사회에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사법제도 신뢰도는 조사 대상 42개 국 중 38위(2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보다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 칠레, 우크라이나밖에 없었다. 출처 : Proconstitution.com

29일 법조계 인사들은 대형로펌을 중심으로 한 ‘전관예우’ 경향은 여전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주대 김현수 교수(법조실무)는 “우리 사회에 이번 사건에서처럼 큰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재벌가 등에서 아직도 사법부에 재판 외적인 요소를 통해 영향을 미치려한다는 반증”이라고 분석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전관예우’문제가 꾸준히 지적되면서 재판과정이 이전에 비해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고위 법관 출신 변호사가 재판부에 전화 한 통 거는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는다는 얘기가 공공연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를 보며 박탈감이 든다는 반응이었다. 직장인 이선걸(32)씨는 “일반인은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들이 오가는 것을 보며 박탈감을 느꼈다”며 “수십억원이 오간 재판이 순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생 구도회(23)씨도 “뉴스를 보면서 ‘그들만의 리그’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돈을 쓴 만큼 혜택을 보니까 그만한 돈을 지출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법 집행의 공정성과 관련해 응답자의 80% 가량이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은 법을 위반해도 처벌받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운호 네이쳐리퍼블릭 대표의 변호사 수임료가 공개된 가운데 다수의 시민들은 수십억원대에 이르는 변호사 수임료를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했다. 출처 : Budapestbeacon.com

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이 대학생 60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5%가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에 동의한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안진걸 협동사무처장은 “정 대표가 50억원을 쓴 것은 분명 지불한 돈 이상의 효용을 기대했기 때문”이라며 “소위 ‘회장님’들 사이에 여전히 돈만 쓰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정운호 사건은 그 일부만 드러난 것일 뿐”이라며 “대형로펌 등 전관 변호사들이 인적네트워크를 이용해 재판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사법 비리 의혹에 국민들의 사법 신뢰도는 이미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다. 29일 형사정책연구원의 '형사정책과 사법제도에 관한 평가 연구'에 따르면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경찰이 24.9%로 가장 높았고 이어 법원(24.2%), 교도소(19.1%), 검찰(16.6%) 순이었다. 2004년 같은 조사에서 법원과 검찰이 각각 기록한 56.4%, 43.3%에 비해 절반 가량 낮아진 수치다.

또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정부 2015'에 따르면 사법제도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 신뢰도는 조사 대상국 42개국 가운데 뒤에서 4번째(27%)에 그쳤다. 우리나라보다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26%), 칠레(19%), 우크라이나(12%) 3개국에 불과했다.

경북대 신평 교수(헌법학)는 “의뢰인으로부터 고액의 돈을 받아 사법부에 로비 등 압력을 가하는 모습은 한국 사법계의 낙후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법조계 일부에서 일어나는 부분적인 현상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비리 의혹이 발생했을 때 더욱 엄정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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