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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까, 그만 집에 가자"…발전소에서 아들 데려간 부모

입력 : 2018-12-21 07:00:00 수정 : 2018-12-20 20: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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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씨 어머니 “사업장, 사람 배려되지 않았다” 협력업체 비정규직 김용균씨가 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운송설비 점검을 하다가 사고로 숨지면서 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한 부모가 이 발전소에서 하청 근무 중인 20대 직원을 “위험하니까 그만 가자”며 회사를 그만두게 하고 집으로 데려간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하니까, 그만 집에 가자”...태안 화력발전소 하청업체 직원 데려간 부모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발전소(1∼8호기)의 또다른 협력사 A사의 직원 B씨는 20일 세계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사고 이후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지난 18일 오후 퇴근 시간 무렵 충남 보령에 사는 부모가 기숙사로 찾아오더니 동료에게 ‘위험하니까 그만 둬라, 집에 가자’라고 말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한 뒤 데려갔다”고 말했다.

B씨는 “우리 회사는 태안 화력발전소의 1∼8호기를 운전 관리하는데, 부모가 데려간 직원은 입사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는 20대 초반 동료였다”고 전했다. 20대 초반이라는 점에서 김씨와 엇비슷한 또래로 추정된다.

그는 ‘지금 현장의 직원들이 불안해하고 있느냐’고 묻자 “그렇죠”라고 답해, 김씨 사망으로 태안 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근로자들이 산업안전을 놓고 상당히 불안감을 느끼는 것으로 관측된다.

B씨는 숨진 김씨의 업무와 사업장 위험성에 대해 “컨베이어 벨트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회전되고 있기 때문에 (벨트에 신체가) 협착되면 그냥 말려들어가게 된다. 벨트 스피드가 있어서 빠져 나가기 어렵다”며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작업 안전을 확보하는 방법에 대해선 “벨트가 정지된 상태에서 점검, 일을 하면 된다”면서도 “그런데 벨트를 세우고 정지된 상태에서 일하면 일하는 시간이 적어지고 상탄과 하역 작업을 못해 작업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즉 시설 설비가 개량되지 않는 상황에서 안전성을 고려하면 회사 입장에선 수익의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취지다.

◆김용균씨 母 “사업장, 사람 배려 안됐다”

이와 관련, 이태의 故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도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어제(18일)는 같이 일하던 동료의 부모님이 와서 돈 안 벌어도 좋다고 아들들을 데려가기도 했다”고 확인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지난 19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김씨의 사망 원인 등과 관련해 “첫 번째는 시설 자체이다. 그 시설 규모에 사람이 배려되어 있지 않다”며 이같이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발전을 하는 보일러가 25층 규모의 어마어마한 크기이다. 그 보일러를 가동하려면 컨베이어벨트로 쉼없이 석탄이 연료가 투입되어야만 가동이 된다”며 “용균씨가 일하던 그 컨베이어벨트 그 장소는 석탄이 끊임없이 탄가루가 날리고 무서운 속도로 그리고 무서운 힘으로 돌기 때문에 분간도 잘 안된다. 그것을 확인하고 잘 가동되고 조치해야 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수시로 그 돌아가는 상황들을 본인이 확인하고 조치하지 않으면 가동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생산시설과 사고 현장을 둘러본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도 “이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이 배려되지 않았다, 너무 무섭다. 여기서는 또 죽을 것 같다”고 탄식한 바 있다.

이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 “이 사건들이 보도되면서 어제(18일)는 같이 일하던 동료의 부모님이 와서 돈 안 벌어도 좋다고 아들들을 데려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청 비정규직 김용균씨, 발전소 컨베이어 점검하다가 사고

한편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의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3시23분쯤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채로 직장 동료에게 발견됐다.

태안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숨진 김씨는 사고 전날인 지난 10일 오후 6시쯤 출근해 11일 오전 7시 30분까지 트랜스타워 5층 내 컨베이어를 점검하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 10일 밤 10시20분쯤 같은 회사 직원과 통화 이후 연락이 안 돼 같은 팀 직원들이 찾던 중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한 것을 발견됐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사진=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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