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자녀 기혼 10명 중 5명…육아 힘든 점은 ‘경제적 부담’
“아이는 예쁘지만, 경제적으로 부담되는 건 사실이죠.”
직장인 하모(28)씨는 다음 주면 아빠가 된다. ‘아빠가 되는 기쁨’도 잠시 그는 경제적 부담으로 고민이 깊다. 하씨는 “임신 기간 동안 아내가 아파서 입원 치료를 두 번 받았다”며 “병원과 약국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100만원을 받았음에도 추가로 지출한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아기용품’이 붙은 상품은 성인용보다 2배가량 비싼 것 같다”면서 “건강히 태어나서 자라주기만 해도 좋겠지만, 아이에게 들어갈 비용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두 아이의 엄마 홍모(36)씨도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긴 마찬가지다. 홍씨는 “자녀 한 명당 아동수당을 10만원씩 받고, 지난해엔 부모수당이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출산 장려를 위해 여러 저출산 대책이 나오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씨는 “주변에도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반려동물을 키우며 사는 ‘딩크족’이 늘어나는 추세인 것 같다”고 전했다.
3분기 합계출산율이 0.7명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에는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전망되는 가운데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은 출산에 있어서 ‘경제적 안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유자녀 기혼자 10명 중 5명 역시 육아의 가장 힘든 점으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1일 온라인 여론조사기관 피앰아이가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혼 남녀의 자녀관’에 대한 조사 결과 응답자 70.3%가 출산을 위해 가장 고려하는 요인이 ‘경제적 안정’이라고 답했다. 출산과 육아에 있어서 안정적인 경제 활동과 부양책임이 가장 큰 고민인 것으로 보인다. ‘건강상태(11.4%)’와 ‘배우자와의 관계(9.6%)’가 뒤를 이었다.
저출산 시대지만 출산에 긍정적인 답변이 과반수였다. 전체 응답자 중 73%가 ‘출산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출산 생각이 없다’는 응답은 22.8%였다. 그중 ‘출산 생각이 없다’는 비율은 여성(30.4%)이 남성(17.2%)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남성과 비교해 비출산 의향이 13.2%포인트 높은 것이다.
출산 계획이 없는 응답자 중 38.9%가 ‘경제적 부담’이 가장 큰 이유라고 답했다. 다른 이유로는 ‘건강 상태’와 ‘배우자와의 둘만의 행복 추구’가 각각 16.6%, 15.9%였다. 이 외에도 ‘일·학업 등 경력 단절에 대한 부담감(8.3%)’, ‘관련 국가 정책 및 제도 미흡(7.5%)’이라는 이유도 나왔다.
유자녀 기혼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저출산 현상’에 대한 설문도 비슷한 결과였다. 자녀를 키우는 양육자로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경제적인 부담(58%)’을 꼽았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 양립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21.5%)’, ‘일·학업 등의 경력단절(7%)’, ‘돌발행동·실종 등 위험 요소(3.5%)’, ‘성역할 불평등(0.8%)’ 순으로 나타났다.
성별에 따라서는 남성(19.3%)보다 여성(23.6%)이 ‘일과 가정 양립으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에서 더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특히 ‘일·학업 등의 경력 단절’에서 여성(9.7%)이 남성(4.3%)보다 2배 이상의 응답률이 나타날 만큼 큰 차이가 드러났다.
응답자는 40.8%는 저출산 현상 극복을 위한 대책이 ‘경제적 지원’이라고 입을 모았다. ‘육아 시설 및 관련 정책 확대(28.25)’, ‘주거 문제 해결(10.8%)’이 뒤이었다. 이 외에는 ‘유연한 근무 조건(9.2%)’, ‘여성의 사회 참여 증진(4.3%)’, ‘교육 비용 감소(1.1%)’ 순이었다. 성별에 따라서는 ‘유연한 근무 조건’에 있어서 역시 여성(14.4%)이 남성(4.4%)보다 3배 이상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조민희 피앰아이 대표는 “현세대가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 불안정, 치솟는 물가 등의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며 “지금까지 실행된 저출산 정책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빠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육아 환경도 저출산의 원인 중 하나다”면서 “현실적인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실질적인 정책을 강화하고 기업은 아이를 키우기 좋은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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