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들을 보면 사회적 대화에 특별한 언급이 없었어요. 그 효용성을 둘러싼 피로감 때문 아닐까요.”
주 4일제를 비롯해 1년간 근로시간 개편 방안을 논의한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일·생활 균형위원회 한 공익위원의 소회다. 일·생활 균형위는 5월30일 11차 전원회의를 끝으로 운영을 종료했다. 경사노위 계속고용위원회는 공익 안을 발표라도 했지만 일·생활 균형위는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조용히 막을 내렸다.

공익위원 말처럼 지난해 말 계엄 사태 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는 제 역할을 못했고, 대선 주자들의 관심도 받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경사노위 활용 안을 제시한 적 없다. 대통령이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주 4.5일제 관련 질의에 ‘사회적 대화’를 방안으로 내놨을 때 의아하게 느낀 이유다. 일단 대선 과정에서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에 일절 관심이 없다가 ‘이제 와서(?)’라는 의문이었다. 경사노위에서 1년 내내 근로시간 개편 논의를 해왔는데도 사회적 대화를 새로운 방안으로 여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한 것인지 궁금했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다소 안이하단 인상도 안겨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통령 발언은 ‘근로시간 단축을 당장 법으로 시행할 순 없으니 사회적 대화를 먼저 하자’는 뉘앙스였기 때문이다.
이런 의문 속에서 대통령의 발언에 진정성이 의심 되는 건 자연스러울 것이다. 경사노위 관계자도 간담회를 보고 나서 “현안들이 시급한데 ‘사회적 대화’라고 퉁 치는 느낌을 받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경사노위에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사회적 대화를 하더라도 속도가 날 것”이라고 했다.
사회적 대화를 방패막이로 쓴다는 생각은 최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보면서도 들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재추진 움직임에 손 회장은 14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만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석열정부 하에서 경사노위 내 경총은 항상 느긋해 보였다. 정년연장 의제가 대표적이다. 정권이 바뀌고 경영계에 막대한 부담이 될 노란봉투법이 가시화하자 그 역시 해법으로 사회적 대화를 언급한 건데, 철저히 유불리에 따라서만 움직인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정책 추진의 변명 거리로 쓰거나 법제화를 늦추기 위한 방패로만 소모될 만큼 사회적 대화의 가치가 작을까. 그렇지 않다. 특히 경사노위라는 창구는 충분히 활용도가 높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성과를 낸 노사정 대타협이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일·생활 균형위에 참여한 노동계 관계자도 “노사 교섭보다 중앙단위 대화가 더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결과가 어떻든 그 자체로 노사정 대화는 지난한 과정이다.
새 정부에서는 사회적 대화의 효용이 충분히 입증되길 기대한다. 그러려면 대통령부터 사회적 대화를 듣기 좋은 수사로만 쓰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노사 역시 유불리에 따라 의제나 논의 창구를 취사선택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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