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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총선 그 이후… 민심 되새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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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4-18 22:56:58 수정 : 2024-04-18 22:5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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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총선 다음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로비에는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축하 난과 나무가 즐비했다. 어림잡아도 수백개는 넘어 보였다.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각계각층에서 보내온 것이다. 로비에 생겨난 난초밭 사이로 의원실 관계자들은 빈 수레를 끌며 난들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난초를 보낸 이는 대학 총장부터 이익단체 대표, 기업인, 연예인 등 다양했다. 난에 정갈하게 달린 메시지도 ‘당선을 축하드린다’는 평이한 문구부터 ‘형님 당선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는 친근한 문구까지 다채로웠다. 난초와 화분에 매달린 메시지를 보면서 평소 국회의원들이 접하는 제한된 민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란 생각이 들었다. 잘 정제돼 있고, 세련되고, 호의적이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지난 총선 기간 취재진이 거리에서 만난 민심은 의원들이 접할 난초와는 달랐다. 부산에서 만난 한 40대 유권자는 유력 정치인을 향해 “자기 말만 하고 남의 말을 안 듣더라. 적과 아군을 완전히 구별한다”고 지적했다. 경남 양산의 한 70대 여성 유권자는 “나는 시골 사람이라 집값 차이 나는 건 괜찮은데, 우리 젊은 아들은 집값 차이 너무 많이 난다고 불평한다”고도 했다. 수원에서 만난 30대 한 직장인은 “올해 경기가 너무 안 좋으니까 취업 지원 정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고, 또 다른 프리랜서 직장인은 “요즘 상황이 지옥”이라며 경제를 살려 달라고 당부했다. 정치가 보통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고,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 않음을 유권자들은 피부로 느끼고 이를 개선해 달라고 일관되게 말했다. 특히 빠지지 않는 것은 ‘싸우지 말라’, ‘경제를 살려라’였다.

의원들이 유권자의 생생한 언어를 정면으로 듣는 유일한 기간은 선거운동 때다. 후보자로 돌아가 자신의 지지자인지, 상대 당 지지자인지 모를 사람들에게 먼저 명함을 건네고 손을 내민다. 냉대와 무시는 부지기수고 쓴소리를 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 험지에 나선 한 여당 낙선자는 “거리에서 만난 유권자들의 말을 들으면서 반성했고, 이를 당이나 정부가 알아주길 바라고 외쳤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했다.

21대 국회가 한 달 반도 남지 않았다. 의원들은 당선과 낙선으로 희비가 엇갈렸지만 아직 자신의 임기 동안 국민에게 부여받은 권한과 임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국회는 앞으로 한두 차례 본회의를 열어 그동안 처리하지 못한 법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벌써 이긴 쪽은 논공행상을 위한 논의에 몰두하고 있고, 패한 쪽도 남은 한 톨의 권력을 서로 잡기 위한 정치에 여념 없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의장 해외 순방에 동행해 막바지 의원 외교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그 사이에서 민생 법안이 끼어들 틈이 잘 보이지 않는다. 부디 선거 기간 거리에서 만난 민심을 난초에 담긴 메시지보다 우선하길 바란다. 의원이 부여받은 국민의 대표 자격은 그동안 마주친 많은 민심의 합이란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병욱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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