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V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은 매년 시즌이 끝난 뒤인 5월 말~6월 초에 통합워크숍을 개최한다. V리그 남녀부 14개팀의 감독과 코치, 단장, 사무국 관계자는 물론 언론사, 방송사 관계자, 심판, 전문위원, 기록원 등 200명가량 모여 V리그와 배구계의 발전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번 워크숍 프로그램 중 가수 싸이가 설립한 연예기획사로 유명한 피네이션의 이근묵 본부장과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하는 박화연 상무의 강의가 인상 깊었다. 두 사람은 연예계와 프로야구가 예비스타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길러내는지, 팬 저변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소개했다. 예컨대 키움은 10년 넘게 여대 특강이나 주부야구 특공대 등을 운영하며 여성 팬들을 공략한 결과 여성 관객이 적지 않게 늘었다고 한다.

남녀부 통틀어 최고의 슈퍼스타이자 최근 몇 년간 프로배구 흥행의 중심이었던 ‘배구여제’ 김연경(흥국생명)이 은퇴한 터라 KOVO와 구단들에게 더욱더 와닿았을 것으로 본다. ‘포스트 김연경’ 시대를 맞아 배구 인기가 식지 않도록 제2, 제3의 김연경을 꾸준히 발굴하는 작업과 함께 배구 팬층을 확대하는 방안들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김연경 효과’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는 여러 수치로 증명된다. 김연경의 은퇴시즌이 된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평균 시청률은 역대 2위(1.25%)였다. 김연경의 현역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4월14일 흥국생명과 정관장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 시청률은 무려 3.08%로 역대 최고 시청률 2위로 집계됐다. 역대 1위 시청률 역시 2023년 4월6일 열린 흥국생명과 한국도로공사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의 3.40%였다. 이 경기에서 김연경과 흥국생명은 사상 초유의 ‘리버스 스윕’(연패로 질 위기에서 남은 경기를 다 이겨 역전하는 것)의 희생양이 됐다. 김연경이 드라마틱하게 이기거나 지는 경기가 모두 흥행의 큰 요소가 됐다는 얘기다.
김연경이 더 이상 코트에 서지 않는다는 건 비단 관중 동원이나 시청률에서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다.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에서 시청률만 따지고 보면 프로배구는 가장 인기가 많은 프로야구 다음이다. 하지만 당장 차기 시즌의 타이틀 스폰서를 따내는 계약부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KOVO가 지난 8년간 타이틀 스폰서로 함께한 도드람양돈농협과의 동행이 2024~2025시즌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3년간 타이틀 스폰서십의 계약 규모가 100억원이었던 KOVO는 새로운 타이틀 스폰서십의 연간 계약 규모를 40억원대로 잡았다. 그럼에도 경기 부진과 김연경의 은퇴로 인한 마케팅 효과 감소 때문인지 선뜻 나서는 기업이 없다. 워크숍에서 만난 KOVO 관계자는 “이제 연간 40억원의 계약을 고수하지 않는다. 30억원 아래 선까지 눈높이를 낮춘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루아침에 김연경 대체자가 나타날 수도, 찾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KOVO와 14개 구단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경기력과 마케팅을 개선해 김연경의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 과연 프로배구는 최근 몇 년의 ‘호황’이 김연경이라는 불세출의 슈퍼스타에게 전적으로 기댔던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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