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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화재’ 無스프링클러·필로티 구조가 피해 키워…순식간에 지옥 돌변한 보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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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7-19 02:42:51 수정 : 2025-07-19 02:42:48
광명=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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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밤 주민 3명 목숨 앗아가…9명 중상, 55명 경상
이재민 30여명 임시로 시민체육관 머물러…심리치료도
필로티 구조, 불쏘시개 역할…천장 단열재가 불길 확산
화재 초기 일부 주민 전기차 화재 주장…방화도 언급해
국과수 등 합동 감식…“주차구역 천장에서 발화 가능성”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어요.”

 

17일 밤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에 머물던 A씨 가족은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이처럼 회상했다. 1층 필로티 주차장의 천장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발화한 불은 불쏘시개 역할을 한 필로티 구조를 타고 위층으로 향했다. 스프링클러가 없는 지상 주차장은 순식간에 불바다로 돌변했다. 

 

17일 오후 큰 불길이 잡힌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 건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3층 자택에 있던 A씨 가족 3명은 놀란 마음을 다잡으며 집 안 화장실로 향했다. 거세진 불길 탓에 탈출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때부터 화장실에 웅크린 채 젖은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119에 반복해 신고하면서 50분여분을 버텼다. 구조대원들이 집 문을 열고 들어와 A씨 가족을 구조한 건 밤 10시가 다 되어서였다. A씨 가족은 복도 쪽으로 들어간 화장실 구조와 안에 있던 수돗물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들은 당분간 광명시가 마련한 임시숙소인 광명시민체육관에서 머물기로 했다. ‘나홀로 아파트’인 이 건물의 45가구 중 약 15가구 가량이 이곳에 거처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텐트와 식수, 침구 등이 제공되고 심리적 안정을 위해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 상태다. 

 

17일 오후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 건물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불길이 치솟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광명시는 심리적 불안감을 겪는 시민들을 위해 광명시민체육관에 심리상담소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심리적응급처치(PFA)가 시행되고 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파견된 직원들이 감정 조절을 돕고 있다.

 

앞서 전날 오후 9시10분쯤 광명시 소하동의 한 아파트(45세대·116명 거주) 1층 필로티 주차장에서 불이 나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진 주민 3명이 숨졌다. 또 9명이 중상을 입고, 55명이 연기를 마시는 등 다쳤다.

 

불은 1시간20여분 만에 모두 꺼졌지만, 삽시간에 화염이 옥상까지 번지며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했다.

 

화재가 난 건물은 2014년 준공이 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은 아니었다. 소방시설법이 규정한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대상은 2005년 11층 이상, 2018년 6층 이상으로 확대됐다.

 

17일 오후 화재가 난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 건물에서 소방대원들이 인명 검색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날 오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기소방재난본부,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이 합동감식을 진행한 뒤 발화 지점으로 필로티 구조로 된 이 건물 1층 주차장의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을 지목했다. 이곳 천장 안에 있던 케이블 트레이에서 전선 단락흔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케이블 트레이 주변에 있던 단열재가 불길 확산을 도운 것으로 본다.

 

감식팀은 “장애인 주차구역 천장에서 전기적 특이점이 관찰됐다”며 “국과수에 정밀감정을 의뢰했다”고 전했다. 

 

화재가 난 경기 광명시 소하동의 10층짜리 아파트 건물에서 현장을 살펴보는 소방대원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전날 화재 초기에는 일부 주민이 “탕탕 소리가 났다”, “차량 사이에서 폭발하듯 울리는 소리가 났다”며 주차된 전기차에서 불이 시작됐다고 주장해 전기차 화재 가능성도 제기됐다. 화재 진압에 나선 소방대원도 이 같은 주민의 진술을 토대로 전기차에서 발화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일부 언론 등은 방화라는 주장을 추가하면서 혼선을 부추겼다. 

 

경찰은 확보한 이 건물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토대로 차량 화재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 상황이다.


광명=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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