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힌 잔해 탓 구조 못해
침묵·울음 속 장례식장엔 슬픔만
유족 “아직도 후진국 사고냐” 분노
드론 활용한 카메라 수색은 지속
9일 낮 12시쯤 찾은 울산 중구 동강병원 장례식장은 깊은 침묵과 오열이 뒤섞였다. 흰색 앰뷸런스가 도착하자 장례식장 앞에 모인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향했다. 차량 문이 열리고,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로 숨진 김모(44)씨의 주검이 조심스레 내려졌다. 장례식장 안으로 시신이 옮겨지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김씨 아버지로 보이는 노인은 믿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그저 살아만 있기를 바랐는데…”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5호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 구조대는 1시간20분 만에 철골 잔해 사이에서 팔이 끼인 채 발견된 김씨를 확인했지만, 복잡하게 얽힌 철재와 추가 붕괴 위험 탓에 손쓸 길이 없었다. 그때까지 김씨는 의식이 있었다. 그는 구조대원들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호흡이 힘들다”고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119구조대원들은 그에게 진통제를 전달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담요를 덮어주며 필사적으로 구조를 시도했다. 하지만 두꺼운 철판과 콘크리트 잔해, 차가운 기온 등 열악한 구조 여건이 김씨의 생환을 막았다.
소방당국은 자갈과 흙을 파내며 접근을 시도했지만 7일 오전 4시쯤 김씨의 움직임이 멈췄다. 구조대는 심폐소생술을 이어갔으나 끝내 숨을 되돌릴 수 없었다. 9일 오전 김씨의 시신은 수습됐다. 매몰된 지 사흘 만이자 사망 판정 약 54시간 만의 비극이었다. 김씨 시신을 실은 구급차가 현장을 떠날 때 그의 생환을 간절히 바랐던 구조대원들은 두 줄로 서서 운구차를 향해 거수경례를 했다.
김씨 장례식장 안치실 안에선 흐느낌과 함께 “미안해…미안해…”라는 오열만 흘러나왔다. 김씨에겐 아직 어린 두 딸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아버지는 “어릴 적 어려운 가정형편을 생각해 장학금을 받아 대학을 갔던 아들이었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울산의 한 구조대원은 “김씨의 목소리가 아직 귀에 남는다”고 울먹였다.
이번 사고로 매몰된 7명 중 3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매몰자 2명과 아직 매몰 위치조차 파악되지 않는 실종자 2명이 순식간에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 남아 있다. 이번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첫 사망자인 전모(49)씨 가족은 “주변 타워가 또 무너질까 구조를 중단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그런 위험한 곳에 왜 사람을 들여보냈는지 모르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지난 7일 울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전씨 아내는 “(남편이) 그날 ‘점심 뭐 먹었느냐’는 전화가 마지막 통화가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서울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다 코로나19로 폐업했던 전씨는 가족과 함께 경남 거제로 내려가 조선소에서 일했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올해 들어 일용직 건설 현장에 나서기 시작했는데, 이번 울산화력발전소 해체 작업은 ‘일 강도에 비해 벌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가족에게 이야기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 현장 발주처인 HJ중공업 관계자들도 빈소를 찾았지만, 유족들의 울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한 유족은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아직도 벌어진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고 현장에선 구조대원을 투입하는 수색·구조작업은 다시 중단됐고, 드론을 통한 카메라 수색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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