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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푸드 이어 테크까지… 日열도 “일상이 K로 통한다” [심층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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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1-13 06:00:00 수정 : 2025-11-12 20:26:18
도쿄=유태영 특파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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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비시장 바꾸는 ‘4차 한류’ 열풍

남녀노소 모두 “스고이”
입고, 바르고, 먹고 韓소비재 인기몰이
K화장품 수입액, 佛 제치고 1위 차지
‘더 셀렉츠’·무신사 도쿄 팝업 대성황
CJ, 日만두공장… 맘스터치, 매장 확대

문화 협업·DX도 진출
‘한류 원조’ 드라마 협업·합작품 탄생
韓 속도감·日 세밀함 합쳐져 ‘시너지’
무인 렌터카 솔루션·노후 설비 진단
혁신 스타트업들 사업 영역 확장 활발
“다른 사람과 겹치지 않으면서 디자인이 세련된 옷을 고를 수 있어서 평소에도 한국 의류를 체크하고 있어요.”


지난 7일 저녁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유명 패션 편집매장 레스티어.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23일까지 진행하는 ‘2025 더 셀렉츠 도쿄 팝업스토어’의 오프닝 행사장에는 현지 패션 관계자와 인플루언서 등 약 300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본봄, 잉크, 하가히, 한나신 등 8개 참여 브랜드의 옷을 꼼꼼히 살피던 스타일리스트 쇼코씨는 “일본 옷은 점점 심플해지고 있는데, 한국 옷은 개성 있고 라인도 몸매를 예쁘게 잡아주는 편”이라며 “한국 갈 일이 있으면 한남동 등의 의류매장을 꼭 들러 트렌드를 살피곤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한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요즘은 한국 옷, 화장품, 식품 등이 일본인의 일상생활 전반으로 스며들고 있다. 한국 음악을 듣거나 드라마·영화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남녀노소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 김을 매우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쓰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본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말은 이 같은 ‘4차 한류’ 현상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국 멋과 맛 통하는 일본

일본에서는 최근 한국 패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라쿠텐그룹의 중고거래 앱 라쿠마가 지난해 7월 실시한 ‘패션을 참고하는 나라’ 설문조사에서 20∼50대 여성은 한국을 1위로 꼽았다. 12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일본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일본 패션 시장에 신규 진출한 한국 법인은 29곳으로, 지난해 25곳을 이미 넘어섰다.

내수 규모가 연간 73조원으로 추정되는 일본 패션 시장의 관심은 한국 브랜드에는 좋은 기회다. 이번 팝업에 참여한 라이(LIE)의 이청청 디자이너는 “일본인들이 한국 옷에서 디자인의 새로움을 발견할 뿐 아니라, K팝 스타들의 옷 입는 스타일을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며 “인구도 많은 데다가 한국과의 왕래도 활발하고, 사이즈 호환도 유럽·중동에 비해 잘된다는 점에서 일본은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전했다.

무신사가 지난달 일본 ‘패션 1번지’인 도쿄 시부야에 연 팝업스토어에는 24일간 8만2000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이었다. 약 80개 참여 브랜드의 디자인과 품질을 직접 확인하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방식이었는데,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 재방문 행렬이 이어지면서 무신사의 10월 일본 거래액은 전년 동월 대비 5배나 성장했다. 최근 무신사는 일본 패션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케다 마이크 전 닥터마틴 재팬 대표를 일본 법인장으로 영입했다. 이는 일본 유통망 확대 등 현지화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미다.

일본 소비재 시장에서 기세가 가장 강력한 것은 화장품이다. 올해 상반기 일본 수출 상위 15개 품목 중 석유제품, 철강, 반도체에 이은 4위로 떠올랐을 정도다. 지난해 일본의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763억엔(약 7262억원)으로 2023년 560억엔(약 5330억원) 대비 36.2% 늘었다. 수입국별로는 2023년부터 프랑스를 제치고 1위다. 다카이치 총리가 최근 경주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회담 후 선물로 받은 나이트크림은 현재 일본 아마존 데이케어 화장품 부문 판매 1위에 올라 있다.

김치, 김밥, 떡볶이 등 한국 음식이 일본인 입맛을 저격한 지는 오래다. 신라면, 불닭볶음면 같은 한국 라면을 전국 마트·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본 편의점 체인이 비빔밥, 냉면, 돼지국밥 등을 도시락으로 출시하고서 광고모델로 K팝 스타를 내세우기도 한다.

무신사가 지난달 일본 도쿄 시부야에 연 팝업스토어에 서울 6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패션 제안 코너가 마련돼 있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2012년 과일 발효초 미초, 2018년 비비고 왕교자를 일본 시장에 내놓아 선풍을 일으킨 CJ제일제당은 지난 9월 지바현의 축구장 6개 크기 부지(4만2000㎡)에 연면적 8200㎡ 규모 만두 공장을 신설했다. 국내 식품업계가 일본 현지에 생산시설을 만든 것은 최초다. 올 상반기 일본 시장 내 만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8% 늘어 점유율 3위에 오른 CJ제일제당은 일본 전역에 유통망을 갖춘 이토추상사와도 손을 잡았다. 연간 1조1000억원 규모의 일본 냉동만두 시장 왕좌를 노리는 행보다.

버거·치킨 브랜드 맘스터치는 연간 누적 방문객 70만명을 기록한 시부야 1호점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근 도쿄 하라주쿠에 2호점을 낸 데 이어 올해 안에 현지 매장을 1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일 협업, K혁신도 활발

한국 소비재 업체들이 일본 시장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면, 한류 원조인 드라마에서는 최근 한·일 협업이 두드러진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고시바 후카, 사토 다케루 등 일본 배우가 출연하고 안길호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본판으로 재탄생했다. 이 드라마는 일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절대 강자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역대 최다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일본 TBS방송이 공동 기획·제작한 드라마 ‘첫사랑 도그즈’처럼 아예 양국 합작으로 만드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CJ ENM과 TBS가 2027년까지 드라마 3편 이상, 영화 2편을 공동 제작하기로 업무협약을 맺는 등 단발성이 아닌 장기적 협력으로 가는 추세다.

거대 내수 시장의 성공에만 안주해 방송사 중심의 저비용 제작 구조로 글로벌 경쟁력을 점점 잃어가는 일본은 이를 통해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한국 드라마의 제작·연출 노하우를 얻고자 하는 눈치다. 한국 입장에서도 일본은 278조원 규모의 세계 3대 콘텐츠 시장이자 캐릭터·만화·게임·시즌제·영화화 등 지식재산권(IP) 확장 활동이 활성화한 곳이어서 상호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일본 TV아사히와 드라마 ‘마물’을 공동 연출한 진혁 감독은 “한국은 속도감과 현장에서의 순발력 등에, 일본은 세밀한 디테일과 철저한 사전 준비에 강점이 있다”며 “두 가지가 만날 때 좋은 시너지가 생기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장과 팩스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는 일본의 ‘디지털전환’(DX) 시장에선 한국 스타트업들이 기술력을 뽐내고 있다. 2022년 7월 일본 오키나와에 법인을 설립하고 무인 렌터카 솔루션을 선보인 캐플릭스가 대표적이다. 이제 도쿄, 홋카이도, 후쿠오카 등지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는 캐플릭스의 윤형준 대표는 최근 도쿄에서 열린 코트라와 일본 지자체 간 DX 파트너십 포럼에서 “차량 2만대를 보유한 중견 업체도 홈페이지나 앱으로 예약을 받고 뒤에서는 화이트보드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고객과 차량을 연결하던 곳이 일본 렌터카 업계”라며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과 키오스크를 보급해 고객 1인당 20∼30분이 소요되던 절차를 2∼3분으로 확 줄였다”고 했다.

인공위성, 드론, 로봇 기술을 활용해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의 노후 배수시설을 진단한 소테리아에이트처럼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협업 중인 기업도 많다.

한국의 콘텐츠, 소비재, 혁신 기업의 일본 진출이 이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현지 사업 체계나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무작정 ‘한류’라는 점만 앞세우다 진입장벽에 가로막히는 경우도 많다. 14개 콘텐츠 기업이 입주해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도쿄비즈니스센터의 이혜은 센터장은 “일본은 신뢰와 관계 기반의 시장으로 현지 파트너, 정중한 태도, 정확한 예측이 중요하다”며 “기대만큼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염두에 두고 진출 전략을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Hagahi’ 하가희 디자이너 “K팝, SNS로 세계 패션 보편화…日 고객 반응 궁금해요”

 

“이제 전 세계적으로 디자인이 상호 보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런 점에서 저희도 충분히 일본 시장 진출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성 브랜드 하가히(Hagahi)를 2014년 미국 뉴욕에서 론칭해 국내 유명 백화점에도 성공적으로 진입한 디자이너 하가희 대표(사진)는 “요즘에는 워낙 K팝도 유명하고 소셜미디어도 발달해 있어서 패션이나 추구하는 미가 비슷해진 것 같다. 일본의 유명 스트릿패션 사진사가 ‘더 이상 하라주쿠 스타일은 없다’며 잡지 발행을 중단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7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유명 패션 편집매장 레스티어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열린 ‘2025 더 셀렉츠 도쿄 팝업스토어’의 오프닝 행사장에서 만난 하 대표는 “항상 미국 위주로만 생각을 했다가 이제 일본도 꼭 도전해 보고 싶은 시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하 대표는 “사실 꼼데 가르송이나 사카이 같은 일본의 유명 브랜드 옷은 저희가 볼 때 좀 어렵다”며 “그래서 일본 소비자들도 난해할 것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저희 같이 조금 클래식한 라인이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고민도 많이 되고 두렵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일본 출장을 올 때마다 유명 편집숍이나 백화점에 이미 한국 패션, 화장품, 향수 등 브랜드가 많이 들어와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또 전 세계 패션의 보편화를 체감하면서 일본 시장 진출 가능성을 점점 크게 보게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도쿄 팝업스토어는 국내 패션 브랜드의 일본 진출을 돕기 위한 취지로 23일까지 진행된다. 주요 거래처가 아닌 현지의 개별 소비자들이 한국 패션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여서 기대를 모은다. 하가히는 본봄, 잉크, 한나신, 라이 등과 함께 이번 팝업에 참여한 8개 브랜드 중 하나다.

 

하 대표는 “이번에 미국 시장에서 새해 컬렉션까지 하면서 아시아 고객도 염두에 두고 키치한 포인트나 쁘띠한 디자인을 많이 선택했다”며 “좀 작은 사이즈까지 만들어 사이즈 범위를 넓히긴 했어도 특별히 일본 고객층을 위한 디자인을 따로 만들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팝업에 대해선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을까. 그는 “당장의 큰 매출보다는 일본인들이 어떤 옷을 좋아하는지, 토르소가 길다고 느끼는지 짧다고 느끼는지 등에 관한 피드백을 가장 염두에 두고 있다”며 “일본 분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아이템에 조금씩 변화를 줘서 계속 연결할 수 있는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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