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문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학전 대표 김민기의 데뷔 앨범 ‘김민기’가 복각LP(바이닐 레코드)로 지난 10일 재발매됐다. 굴곡많은 한국 현대사에 기록된 ‘아침 이슬’, ‘친구’ 등이 청년 시절 김민기 목소리로 담긴 유일한 정규 앨범이자 숱한 일화를 남긴 전설적 명반이다.
지난해 7월 21일 세상을 떠난 김민기는 서울대 미대 출신 천재적 가수이자 작곡가였다. ‘지하철 1호선’ 등 많은 연극·뮤지컬을 연출·제작하고 수많은 예술인을 키우며 한 시대를 이끈 예술가다. 앞에 나서지 않고 ‘뒷것’으로 스스로를 낮추면서도 고결한 삶으로 많은 존경을 받았다.
13일 학전에 따르면 그가 만 스무살에 녹음한 이 앨범은 1971년 10월 초판, 1972년 2월 재판을 합쳐 총 500장이 제작됐다. 하지만 72년 군사정권에 의해 잔여 분량 전체가 회수, 판매금지됐고 제작용 동판 프레스까지 압수·폐기됐다. 그래서 수십배 고가로 오랜동안 암거래됐다. 팝송 가사만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수준이었던 한국 대중가요가 자신의 언어와 감성을 노래하는 창작의 영역으로 들어선 첫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사랑·이별을 노래하는 것이 아닌 시대를 고민한 사유가 담긴 가사들로 채워진 노래는 신선한 충격을 줬다. 당시 독재정권은 ‘아침이슬’을 즉각 금지곡으로 지정했고 이후 김민기 노래는 민주화 항쟁의 구심점이 됐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한국에서 싱어송라이터의 시대를 연 첫 번째 앨범”이라며 “이 앨범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우리가 기억하는, 시장과 타협하지 않은 수많은 위대한 뮤지션들의 계보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지난 7월 학전이 김민기 1주기를 맞아 54년만에 새로운 복각 계획을 발표했던 이 앨범은 김민기의 음악적 유산을 재정리하는 작업의 출발점이다. 판매 수익 역시 이 작업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1971년도 오리지널 음반을 복수로 수집, 최신 기술로 새롭게 음원을 복원했다. 사운드의 상태가 가장 좋은 곡들을 선별해 LP 형식에 맞게 다시 녹음하는 과정을 거쳐 프랑스 LP제작 전문업체에서 만들어졌다. 1971년 당시 당국의 심의로 인해 ‘종이연’으로 곡 제목을 변경해야 했던 곡 ‘혼혈아’도 원래의 자리를 찾아 ‘혼혈아’로 복각 LP에 기록된다. LP와 더불어 40페이지 분량의 악보 및 가사, 1971년 음반이 만들어지기까지 김민기의 성장과 음악적 궤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친필 악보와 메모, 사진 등이 담긴 책자가 포함된 패키지로 판매된다.
다만 설령 앨범을 사더라도 LP플레이어가 없으면 들을 수 없다. 학전측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서 디지털 음원화도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 때문에 특별한 청음회가 열린다. 12월 4일 오후 7시 서울 강남 현대아이파크타워 1층 포니정홀에서 예스24 주최로 침묵과 함께 김민기 음악을 듣고 ‘무언’으로 퇴장하며 김민기의 음악과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LP 청음회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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