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미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 서남쪽에 위치한 작은 섬이다. 한국인들 사이에 강우석 감독, 안성기·설경구 주연의 영화 ‘실미도’(2003)로 유명하다. 국내 영화계에서 ‘흥행 대박’과 동의어로 통하는 이른바 ‘1000만 관객’ 영화의 원조다. 2003년 12월 성탄절 전날 개봉해 누적 관객 1100만명 이상을 동원했다. 당시로서는 경이로운 흥행 실적이 아닐 수 없었다.
‘실미도’ 시사회는 흥미롭게도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렸다. 당시는 노무현정부 초기였다. ‘실미도’는 딱히 공산주의를 미화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저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강요된 ‘반공’ 이데올로기 아래 희생된 이들의 복권(復權)을 시도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보수 단체는 “영화 속에 삽입된 북한군 군가(軍歌)가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라며 제작진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청사에서 공안 검사들도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선보인 영화가 ‘이적 표현물’이라고? 이듬해 검찰 공안부가 ‘무혐의’ 결정을 내린 것은 당연한 처분이었다.
박정희정부 시절인 1968년 4월 창설된 일명 ‘실미도 부대’는 공군 소속이었다. 부여된 임무는 ‘평양 침투’였다. 이 부대의 훈련은 실미도에서 이뤄졌는데, 부대원 31명 중 7명이나 숨졌을 만큼 가혹했다. 살아남은 24명은 1971년 8월 지휘부에 항명했다. 훈련 책임자 등을 살해하고 섬에서 탈출한 뒤 서울로 향한 것이다. 오늘날의 동작구 대방동 부근에서 군경과 교전을 벌인 끝에 20명이 사망했다. 생포된 4명은 군사재판 후 총살형에 처해졌다. 이 4명의 경우 시신이 어디에 묻혔는지조차 모른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영화 ‘실미도’는 안내 자막을 통해 부대원들을 사형수, 무기수 등 범죄자 출신으로 묘사해 논란을 빚었다. 국방부는 23일 실미도 희생자 유족회의 요청에 따라 영화 배급사와 협의해 해당 자막을 고쳤다고 밝혔다. 개봉 후 23년 만에 수정된 새 자막은 ‘영화 속 부대원들을 특수 범죄자, 사형수, 무기수로 묘사한 것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 대부분 일반 민간인이었음이 확인됐다’라는 취지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반세기 전 “실미도 부대 처우 개선”을 외치다 희생된 이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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