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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주도 세계 질서의 균열…유엔총회서 선명해진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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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균 기자 im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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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쟁도 우크라 전쟁도 해법 못 찾고 장기화…각국 이해 따라 제각각 대응
美·中 중심 ‘G2’ 구도에 균열…“각국 자국 보호 위해 개별·상호 협력”

제81차 유엔총회에서는 미국의 힘만으로 국제 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워진 현실이 잇따라 드러났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각국이 미국의 구상에 그대로 따르기보다 자국의 안보·경제적 이해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미국이 여전히 가장 강력한 국가라는 사실과 별개로, 미국의 힘만으로 세계를 움직이기 어려워지는 흐름이 선명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2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일반토의 개막연설에서 현재 세계가 ‘다극화’로 향하는 것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한쪽에는 여러 강대국이 국제법과 공동 규칙 아래 공존하는 ‘연결된 다극화’가 있고, 다른 한쪽에는 시장과 제도가 쪼개지고 협력이 줄어드는 ‘분절과 거래주의’가 있다며 “여러 측면에서 우리는 지금 후자의 궤도에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이번 총회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가 미·이란 전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유엔 연설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정당화하며 협상을 통한 해결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다음 날 연설에서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양국은 협상 재개를 모색하고 있지만 전쟁 종식을 위한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미국이 압도적인 군사력을 행사하고도 전쟁을 원하는 시점에 끝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총회의 핵심 장면 가운데 하나다.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충돌이 계속되면서 전쟁의 영향은 중동에 국한되지 않고 국제 에너지시장과 각국 경제로 번지고 있다. AP통신은 23일 호르무즈해협에서 선박이 다시 공격받으면서 해당 수로의 통항이 계속 제한되고 있다고 전했다.

 

각국이 미국이나 중국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지 않고 별도의 협력망을 구축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유럽연합(EU)은 21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호주·바베이도스·브라질·캐나다·인도·케냐와 함께 ‘다자주의를 위한 파트너스’(P4M)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국제법과 다자주의를 강화하고 유엔 등 국제기구를 개혁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인도는 미국과 전략적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러시아와의 에너지 거래 등 자국의 경제·안보 이해가 걸린 사안에서는 독자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24일 뉴욕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의 대러 제재법과 관련해 “인도의 이해와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도 인도가 자국의 에너지 안보를 별도의 이해관계로 제시한 것이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크리스토퍼 프리블 선임연구원은 이번 유엔총회를 앞두고 “세계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만으로 구성된 G2가 아니다”라며 미국이나 중국의 행동으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거나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이 자국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개별적으로, 또 서로 협력해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각국의 이해관계가 공동 행동을 이끄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면서도, 유엔이 이러한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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