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포과메기문화관, 무료 관람에 주말 무료 시식회 진행
겨울 문턱에 들어서는 입동에 제철 별미를 맛보고 그 이름의 내력까지 따라가 볼 수 있는 곳이 경북 포항에 있다.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구룡포 과메기 축제다.
청어 눈을 꿰어 말린 ‘관목’에서 이름을 얻은 과메기는 이제 꽁치로 만든다. 올해는 원양산 꽁치가 덜 잡혀 포항시가 대만산 꽁치 수입선까지 확보해 축제를 진행한다.
5일 포항시에 따르면 제27회 구룡포 과메기 축제는 입동인 오는 7일부터 8일까지 이틀간 남구 구룡포 아라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포항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이 주최·주관하고 포항시와 포항시의회가 후원한다. 개막식은 첫날 오후 5시다.
현장에는 갓 출하된 햇과메기를 맛보고 살 수 있는 직판 부스가 차려지고, 과메기 껍질 벗기기와 무게 맞추기 같은 체험이 함께 열린다. 축제장 가까이에는 과메기가 걸어온 길을 전시한 구룡포과메기문화관이 있다.
◆ 청어 눈을 꿰어 말렸다는 ‘관목’
과메기라는 이름은 말린 청어인 ‘관목청어(貫目靑魚)’에서 왔다. 꼬챙이 같은 것으로 청어의 눈을 뚫어 말렸다는 뜻이다. 영일만에서는 ‘목’을 흔히 ‘메기’로 불렀고, ‘관메기’가 오랜 세월을 거치며 ‘관’의 받침이 떨어져 ‘과메기’가 됐다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옛 과메기가 마른 곳은 바닷가 덕장이 아니라 농가 부엌이었다. 밥을 지을 때 솔가지를 때면 연기가 빠져나가던 부엌의 살창에 겨우내 잡힌 청어를 걸어 두면, 드나드는 외풍에 청어가 얼었다 녹기를 되풀이했다. 이른바 냉훈법이다.
살창으로 스민 솔잎 향까지 밴 청어 과메기는 궁중에도 진상된 것으로 전해진다.
옛 기록에도 영일만 청어가 남아 있다. ‘동국여지승람’ 영일현 편은 해마다 겨울이면 청어가 영일만 하구에서 가장 먼저 잡히는데, 이를 먼저 나라에 바친 뒤에야 모든 고을이 고기잡이를 시작했다고 적었다.
잡히는 양으로 그해의 풍흉을 가늠했다는 대목도 있다. 포항시는 ‘경상도읍지’(1832년)와 ‘영남읍지’(1871년)를 들어 영일만 토속식품 가운데 조선 시대 진상품으로 꼽힌 것은 영일과 장기 두 곳에서만 나던 관목청어뿐이라고 소개한다.
1815년 빙허각 이씨가 엮은 살림책 ‘규합총서’에는 이 이름을 바로잡는 대목이 있다. 말린 청어를 세상에서 흔히 관목이라 하지만 잘못 부르는 것이고, 진짜 관목은 청어를 들어 보아 두 눈이 서로 통해 맑게 마주 비치는 것을 말린 것이라는 내용이다.
200여 년 전에도 말린 청어를 두루 관목이라 불렀던 셈이다.
◆ 청어가 사라지자 꽁치로…올해는 대만산까지
과메기 재료가 청어에서 꽁치로 바뀐 것은 1960년대 후반이다. 청어가 잘 잡히지 않자 어획량이 많은 꽁치가 그 자리를 채웠고, 지금은 주로 원양산 꽁치로 만든다.
말리는 방식도 갈렸다. 포항시에 따르면 꽁치나 청어를 내장째 20마리씩 새끼줄로 엮어 겨울철 15일 정도 말리는 것이 전통 방식의 통과메기다.
양쪽으로 포를 떠 내장과 뼈, 머리를 발라낸 배지기는 속살이 밖을 향하게 대나무 건조대에 걸어 보통 4일 정도 말린다. 예전에는 통마리뿐이었지만 1990년대 초반 이후로는 먹기 좋게 다듬은 배지기가 주류가 됐다.
구룡포가 과메기 산지가 된 데는 겨울 날씨가 한몫했다. 밤낮 기온이 영하 4∼5도에서 영상 10도 사이를 오가고 영일만 바닷바람이 밤낮없이 불어, 생선이 얼었다 녹기를 되풀이하며 꾸덕꾸덕 마른다.
포항시는 포항구룡포과메기가 전국 과메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설명한다.
2025, 2026년에 걸친 지난 생산 기간 과메기 생산량은 3206t, 판매액은 915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50.7%, 19.1% 늘었다. 구룡포과메기사업협동조합에 등록된 생산·가공업체는 156곳에 이른다.
하지만 올해는 원양산 꽁치 어획이 부진해 원료 확보에 차질이 우려된다. 이에 포항시는 대만산 꽁치 수입선을 확보해 수급을 맞추고, 원료 입고부터 출하까지 위생·품질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 미역·김에 싸 먹는 겨울 안주
과메기는 미역과 다시마, 배추, 파, 김 같은 해초와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바닷바람에 얼었다 녹으며 마른 과메기는 붉은빛이 돌고 윤기가 흐르며 탄력이 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배지기는 기름이 자르르 흐르고 쫀득한 맛이 특징이고, 내장과 함께 보름 정도 말리는 통마리에는 특유의 향이 밴다. 포항시는 꽁치 과메기의 지방에 고도불포화지방산인 EPA와 DHA가 많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한다.
문화관에는 1970년대 과메기 주점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고된 바닷일을 마친 어업인들이 과메기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나누던 자리를 옮겨 놓은 곳이다.
◆ 축제 뒤에도 주말엔 문화관 무료 시식
한편 축제장 인근 구룡포과메기문화관은 11월부터 12월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3층에서 관람객에게 과메기를 무료로 맛보게 하는 시식회를 연다. 그날 준비한 재료가 떨어지면 일찍 끝날 수 있다.
문화관은 2007년 과메기특구로 지정된 구룡포에 2017년 11월 문을 열었다. 과메기의 어원과 유래, 역사, 산업을 소개하는 홍보관과 구룡포 역사관 등으로 꾸며져 있으며 관람료와 주차료는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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