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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 마음대로 쓰는 한국사 교과서

입력 : 2015-10-07 18:36:36 수정 : 2015-10-07 22:5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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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갈라진 집필진… 특정 이념따라 서술내용 ‘제각각’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역사 교과서 발행체제가 검정체제로 시작됐다가 1974년에 국정화됐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다시 검정체제로 복귀했고 이후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을 이상적인 교과서 발행체제로 인정하는 세계적 추세 속에 검정교과서를 확대, 현재 초등학교 주요 과목에만 국정교과서가 쓰인다.

검정을 거치더라도 세세한 규제가 아닌 꼭 담아야 하는 줄거리를 제시해 준수하도록 지도하는 선에서 검정체제가 운용됐다. 그러나 집필진의 자율성을 상당 부분 보장하다 보니 집필진의 성향에 따라 한국사 교과서가 ‘좌편향’ 또는 ‘우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정화든 검정이든 집필진의 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집필진 영향이 얼마나 반영될까

실제 집필진의 성향이 교과서 서술 내용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우선 교육부가 8종 교과서에 내린 수정명령을 보면 집필진 성향이 교과서 서술에 영향을 미친 부분이 다수 드러난다.

교학사는 일본의 침략을 ‘진출’로, 의병 탄압을 ‘소탕·토벌’로 기술하는 등 친일 서술이 드러났다. 또 뉴라이트 역사관의 상징인 ‘건국절’을 교과서에 넣으려다 집필기준을 어겼다. 이로써 교학사는 ‘대한민국 정부는 미군정으로부터 통치권을 인수하고 유엔으로부터 인정받은 한반도 유일한 합법 정부로 건국의 출발을 하게 되었다’라고 쓴 것이다.

대한민국은 제헌 헌법에 명시돼 있듯 3·1운동 결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을 계승해 수립됐기 때문에 ‘건국’이란 용어는 적절치 않으며, 집필기준 등에 의거해 건국이 아닌 정부수립으로 수정하라는 교육부 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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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편향’ 교과서 논란에 휩싸인 교과서들의 북한에 대한 서술 문제도 드러났다. 금성출판사와 두산, 리베르스쿨,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에서는 북한의 농지개혁을 소개하면서 ‘일본인과 친일파 소유지, 지주 소유 토지 등을 몰수하여 농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등으로 서술했다.

북한이 무상몰수, 무상분배 방식의 농지개혁을 행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산주의 체제인 북한은 토지 소유권은 국가에 있기 때문에 경작권을 분배한 것이어서 보충 설명이 없이는 우리나라 학생들에게는 땅을 나눠준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두산, 비상, 천재 3종은 집필기준에 명시된 북한주민의 인권문제 서술이 누락됐다.

그러나 좌편향·우편향을 불문하고 역사인식 교육 교재로서 부족한 대목이 공통적으로 곳곳에서 발견된 점은 더 심각했다. 지학사를 제외한 7종에서 모두 ‘일본군위안부’를 홑따옴표 없이 그대로 썼다. 위안부는 군인들에게 위로와 안식을 주는 여자라는 뜻으로, 일본군 입장에서 만들어진 단어이므로 우리 입장에선 단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님을 표시하기 위해 홑따옴표와 함께 ‘일본군위안부’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독도에 대해 ‘실효지배’라는 표현을 써 교학사가 친일서술 비판을 받은 바 있지만 이 같은 문제는 ‘좌편향’으로 불린 교과서 두산, 미래엔에서도 나타났다. 독도는 한국 고유영토이기 때문에 ‘실효적 지배’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제주 4·3에 대해서는 교학사뿐 아니라 두산, 지학사도 수많은 도민이 희생된 것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일부 집필진의 편향된 시각이 논란 불러와

새누리당 서용교 의원이 최근 공개한 ‘2013 검정기준 고교한국사 집필자 현황’을 보면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집필진 53명 중 36명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전국역사교사모임, 역사문제연구소, 한국역사연구회, 민족문제연구소 등의 소속인 교사·교수다. 36명 중 14명은 전교조 조합원이다. 이를 두고 서 의원은 “편향된 집필진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며 한국사 교과서 현 발행체제의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학교 현장을 좌편항 교과서들이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저술한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가 교실 현장에서는 사실상 교과서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는 이승만 대통령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건국돼 공산세력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했다는 공로는 짧게 언급하고 반통일과 반민족, 친일파 옹호, 독재로 인해 민중에 의해 추방된 대통령이라고 묘사하는 등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학사 집필자이기도 한 이 교수는 친일·독재 미화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 교수는 지난달 열린 한국학중앙연구원의 광복 70주년 학술회의 발표문에서 친일 인사들을 “건국의 아버지”라고 하는가 하면 교과서의 집필기준인 편수용어로 ‘군사정변’으로 규정된 5·16을 ‘군사혁명’으로, 반공이데올로기 주입교육을 ‘대한민국을 수호한 교육’으로 일컬어 박정희 정부를 미화하기도 했다.

집필진의 성향이 교과서와 일치하지는 않는 경우도 있다. 비교적 중도로 꼽히는 지학사와 리베르스쿨 집필진에는 전교조 교사가 각각 2명, 1명 포함돼 있지만 오히려 좌편향 교과서로 불렸던 비상교육은 전교조 교사가 한 명도 없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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