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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스승찾기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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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5-15 23:01:40 수정 : 2025-05-15 23: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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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중학교 은사의 연락처를 30여년 만에 알아낸 아내는 들떠 있었다. 당시 대학을 갓 졸업하고 부임한 은사의 자취집에서 함께 떡볶이를 해 먹은 경험을 떠올리며 중학생 철부지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정작 은사와 통화한 뒤에는 한동안 별말이 없었다. 캐물으니 “은퇴한 선생님이 ‘바뀐 내 연락처를 어떻게 찾았느냐’고 불쾌해하더라”며 “마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지인이 있어 수소문해줬다고 설명한 뒤 재회 약속도 제대로 못한 채 통화를 마쳤다”고 아쉬워했다.

각 시·도 교육청이 2010년대 초반 시작한 스승찾기 서비스를 통해 그리운 은사의 연락처를 알아보려는 신청이 갈수록 줄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2년 2107건, 2023년 2054건, 2024년 1548건에 그쳤다. 2023년 8월 이 서비스로 옛 스승의 정보를 알아낸 졸업생이 근무지를 찾아 흉기를 휘두른 사건을 계기로 자신을 찾는 요청을 반기지 않는 교사가 부쩍 늘어났다고 한다. 서울교육청은 2023년 상반기까지는 관련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교사에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물었는데, 당시에도 동의율은 30%를 밑돌았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범죄 우려로 개인정보 노출을 꺼린 나머지 학교 졸업 앨범에 촬영 사진을 싣는 것조차 거부하는 교사도 적지 않다. 스승의날을 빌미로 연락해 상품 구입을 권유하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통사정하는 졸업생도 있다고 하니 참으로 오랜만에 대뜸 안부를 물은 아내에 경계심부터 보인 은사의 사정도 헤아려진다.

입시 경쟁에 사제관계가 점점 기계적으로 변모해가는 초·중·고교이지만 이미 의료계는 신뢰조차 무너진 듯 보인다. 서울대 의대·병원 소속 교수 4명이 지난 3월17일 ‘복귀하는 동료는 더 이상 동료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분들께’란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수업·병원 복귀를 전면 거부한 의대생과 전공의를 비판했더니 제자와 후배들의 막말이 쏟아졌다. 환자단체는 ‘참스승’이라며 응원했는데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교수라 불릴 자격도 없는 몇몇 분들”이라 칭했다. 사제 간 끈끈한 정이 사라져 패륜 발언도 서슴지 않는 세태에 씁쓸함을 금할 길 없다.


황계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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