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롯데마트, 농산물 가격 미리 올려놓고선
정부할인지원 사업 명분 “20% 할인” 위장 판매
공정위,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본사 조사 착수
감사원 “모니터링 체계 구축·제재 방안 마련” 통보
A대형마트는 2023년 12월7일 시금치 가격을 전주보다 33.8% 높인 100g당 788원으로 정한 뒤, 20%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A대형마트는 이 같은 방식으로 271개 품목 중 45개 품목을 전주보다 가격을 20% 인상하고, 132개 품목은 판매가를 올린 후 정부할인지원 사업을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20% 할인해 판매했다. 가격을 미리 올려놓고 할인행사를 진행하는 것처럼 위장 판매한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마트·롯데마트가 정부 농축산물 할인지원 사업 직전 농산물 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표면상으로는 정부 예산 지원을 통한 할인 행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할인 폭이 축소되거나 소비자가격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달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이마트·롯데마트 본사에 조사관을 보내 가격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두 업체는 2023년 정부의 할인지원 사업에 따른 행사 직전 정상가를 인상한 뒤 할인 판매를 한 혐의를 받는다.
할인지원 사업은 유통업체가 농산물에 20% 할인 행사를 하면 정부는 업체에 구매자 1인당 1만원 한도에서 할인액을 보전하는 형태다.
공정위 조사는 최근 감사원의 농식품부 정기 감사 결과에 따라 이뤄졌다.
감사원의 지난달 발표 결과 대형마트의 가격 부풀리기 행태는 전체 조사 품목의 42%에서 확인됐다. 대형마트는 132개 품목에 대해 할인 행사 직전 주 대비 판매가를 인상한 뒤 할인 행사를 한다는 명분으로 다시 20%를 할인해 판매했다. 이 중 45개 품목은 판매가 인상률이 20%를 넘었다.
결국 할인 지원 효과가 소비자가 아닌 업체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공정위는 마트의 가격 운영에 따라 소비자가 실제보다 큰 할인 효과가 있는 것처럼 오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위반이 확인될 경우 과징금과 시정명령 등 제재가 부과될 전망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의 농산물 가격 관련 법 위반 소지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은 맞다”며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대형 유통 업체들이 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농축산물 할인행사 직전에 소비자가격을 인상했던 사실이 감사원의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대형 유통 업체들은 2023년 6~12월 실시한 할인 지원 품목 313개 가운데 132개 품목의 가격을 행사 직전 인상했다. 할인행사 직전 주에 판매가를 올린 뒤 인상된 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행사를 진행해 소비자에게는 실질적인 할인 혜택이 돌아가지 않았다.
감사원은 “할인행사 전후 가격에 대한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유통 업체가 특별한 사유 없이 가격을 인상해 할인행사를 하는 경우 제재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또 “대형 유통 업체만을 위해 할인 지원 품목을 지정하거나 대형 유통 업체만을 위한 농축산물 할인 지원 사업을 추진하지 않도록 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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