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업체 ‘담합 의혹’ 조사 착수
국내 빵값만 유독 비싸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주요 밀가루 업체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설탕에 이어 밀가루 업계의 가격 담합 여부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

18일 공정위 등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한제분·CJ제일제당·사조동아원·대선제분·삼양사·삼화제분·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조사관을 보내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는 이들이 가격 협의나 출하 조정 등 짬짜미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분 시장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 사조동아원이 약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번 제분업계 조사는 빵값 고공행진을 뜻하는 빵플레이션(빵+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원재료 시장 전반을 정조준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이달 안으로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설탕 담합 혐의와 관련한 제재 절차(심사보고서 발송)에 나설 방침이다. 공정위는 앞서 빵의 원재료인 설탕·계란업계에 대한 현장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치솟는 물가와 관련해 업체 간 담합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정위의 적극적인 조처를 주문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왜 식료품 물가만 이렇게 많이 오르나”라며 “이는 정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실제 빵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9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1% 상승했다. 가공식품 중 빵값은 6.5% 올라 전체 물가 대비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다. 빵값은 올해 3월부터 6개월 연속 6%대 상승률을 이어갔고, 국제 곡물가가 안정된 뒤에도 국내 가격은 내려오지 않고 있다.
유명 경제 유튜버 슈카가 지난 8월 빵플레이션에 대응하겠다며 소금빵과 베이글 등을 990원에 팔다가 약 일주일 만에 판매를 중단하며 논란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당시 자영업자들은 “기존 빵집들이 빵을 비싸게 파는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고 반발을 이어갔다.

국내 빵값이 해외 주요국보다 비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공주대 산학협력단이 공정위 의뢰로 수행한 ‘제빵산업 시장분석 및 주요 규제 경쟁영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빵 소비자물가지수는 129로, 미국(125), 일본(120), 프랑스(118) 등 주요국보다 높았다는 결과가 나왔다. 2024년 8월 기준 100g당 평균 빵 가격 역시 한국이 703원으로 가장 비쌌다.
주병기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빵은 밀가루, 설탕, 우유 등이 주원료인데 원료산업의 시장구조가 독과점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각각 시장이 나름대로 오랫동안 정착된 제도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검토해보고 개선사항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설탕 담합 사건의 경우 10월 중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밀가루도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 차이가 최근 4년간 30%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신속하고 엄정하게 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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