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무라야마 담화’서 “식민지배 사죄”
중의원 8선 사회당 대표…70세에 총리 취임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촉구 등 ‘평화’ 힘써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인연…병문안 등 교류 지속

1995년 8월15일, 일본 패전 50년 후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 정부가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를 공식 인정하고 사과한 첫 공식 담화였다. 이후 일본의 과거사 인식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한국은 ‘무라야마 담화 수준의 역사인식 유지’를 기준으로 강조해 왔다.
무라야마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가 별세했다. 향년 101세.

17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규슈 오이타현 오이타시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사망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24년 3월 3일 오이타시 어부의 집안에서 11남매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났다.
1938년 도쿄로 이주했고 징집되어 복무하다 구마모토에서 종전을 맞았다. 전후 메이지대학을 졸업하고 오이타로 돌아온 그는 사회당에 입당해 오이타시의회, 현의회 의원을 역임했다.
1972년 중의원 선거에 당선되면서 중앙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일본 사회당 내 주요 직책을 맡으며 연속 8선을 했다. 사회당을 이끌던 1994년, 자민당·사회당·신당 사키가케 연립 내각이 출범하며 제81대 총리에 올랐다.

그는 1995년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주변국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명시한 ‘무라야마 담화’를 내놨다. 일본 총리로는 처음으로 과거 식민지 지배를 ‘침략’으로 규정하고 기존보다 진일보한 사과와 역사 인식을 내비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 사회당이 선거에서 크게 패하면서 지도력을 상실한 무라야마 전 총리는 1996년 1월 사퇴했다. 이후에도 그는 사회당(사민당으로 변경) 위원장을 다시 맡기도 하고 1999년에는 초당파 방문단 단장으로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는 정계 은퇴 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돕기 위해 창설된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일본 정부의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재임 기간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지 않으려는 뜻을 내비치자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90세가 넘은 뒤에도 평화, 건강 등을 주제로 강의하는 등 활발히 활동했다.

그는 무라야마 담화를 통해 인연을 맺은 김영삼 전 대통령과 퇴임 후에도 깊이 교류했다. 김 전 대통령이 병상에 있을 때 병문안을 하기도 했으며, 2015년 김 전 대통령 서거 후에는 주일본한국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100세 생일을 맞아 미디어에 건강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100세 소감을 전하며 “일본이 영원히 평화로운 나라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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