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피파) 월드컵 트로피는 축구 선수라면 누구나 손대거나 입맞추고 싶어하는 물건이다. 오늘날 월드컵 우승국에 수여되는 트로피는 1974년 독일(당시 서독) 월드컵 때부터 쓰여 역사가 50년이 넘었다. 이탈리아 조각가 실비오 가자즈니가 제작한 것으로 높이 36㎝, 무게 6.175㎏이며 18K 금으로 만들어졌다. 2006년 이후 ‘진짜’ 트로피는 오직 시상식에만 잠깐 등장할 뿐이다. 행사가 끝나면 이는 피파가 도로 회수해 스위스 취리히의 박물관에 보관하고, 우승국에는 ‘모조품’을 증정한다. 값을 매길 수조차 없는 보물인 월드컵 트로피의 보안을 위해서일 것이다.
지난 8월 22일 월드컵 트로피가 미국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에 출현했다. 미국은 캐나다·멕시코와 더불어 오는 2026년도 북중미 월드컵을 개최한다. 3개국 공동 주최라고는 하지만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조 추첨식(2025년 12월 5일, 워싱턴 DC)과 결승전(2026년 7월 19일,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이 모두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라 벌써부터 ‘미국인을 위한 잔치’라는 얘기가 나온다. 미 행정부의 관심과 후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아는 지아니 인판티노(55) 피파 회장이 직접 트로피를 들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찾아간 것이다.
트럼프와 만난 인판티노 회장은 “이 트로피를 만질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오직 승자들만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대통령님도 승자이므로 트로피에 손댈 자격이 있다”며 트로피를 한번 만져볼 것을 권했다. 흡족한 표정으로 트로피를 받아든 트럼프는 “내가 이걸 소장해도 되느냐”고 농담을 던졌다. 유난히 금(金)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그는 “아름다운 금붙이”(beautiful piece of gold)라는 표현을 써가며 트로피를 극구 칭찬했다. 이 광경을 두고 피파와 인판티노 회장이 트럼프에게 ‘아부 외교’를 펼쳤다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진정한 아부 외교는 이제부터 시작인 걸까. 피파는 6일 ‘축구는 세계를 하나로’라는 모토 아래 피파 평화상(FIFA Peace Prize)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 사람들을 평화롭게 하나로 묶는 데 기여한 이에게 매년 수여한다”고 하는데, 벌써부터 1회 수상자는 트럼프가 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인판티노 회장은 앞서 ‘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가 ‘국제 스포츠 단체 수장이 정치적 중립성을 어겼다’는 비판을 들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못한 일, 피파라도 대신 하겠다는 것인가. 오는 12월 5일 공개될 피파 평화상 첫 수상자의 면모에 축구 팬은 물론 각국 정부의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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