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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 거침없는 흥행…다시 부는 이순신 열풍

입력 : 2014-08-03 18:25:47 수정 : 2014-08-10 1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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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 빠진 대한민국 ‘살신성인 리더십’ 갈망
세월호 참사로 무능정부에 절망 ‘충무공의 무한책임’ 위로 받아
일일 관객수 100만 돌파 ‘신기록’…관련 서적도 작년의 배이상 팔려

고작 13척의 전함을 거느린 충무공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 앞에 일본 수군 대함대가 새까맣게 몰려들었다. 죽음이 두려운 사람 누구라도 진작 배를 버리고 달아났을 상황이다. 하지만 충무공은 결연히 맞섰다. ‘사즉생(死卽生)’. 죽음에 대한 공포가 불굴의 용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처음엔 충무공을 불신하던 부하들도 하나둘 죽기를 각오했다.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대승리는 이렇게 이뤄졌다. 지금으로부터 400여년 전인 1597년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에서 벌어진 사건은 그렇게 ‘전설’이 돼 오늘날까지 ‘신화’로 남았다.

영화 ‘명량’(감독 김한민)의 돌풍과 더불어 충무공이 새롭게 조명을 받고 있다. 세월호 사건 때 선원과 해경 누구 하나 목숨을 걸고 승객 구조에 나서지 않은 현실에 절망한 대중이 나라와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지려 한 충무공을 통해 위안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일 관객 100만명 시대 열어

3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전날인 2일 전국 상영관에 총 122만9016명의 관객이 몰려 일일 관객수 최다 기록을 세웠다. 지금까지는 2011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3’의 95만6500명이 가장 많았다.

‘명량’의 위세는 개봉일부터 대단했다. 상영 첫날 68만명 이상을 동원해 개봉일 최다 관객수 기록과 평일 최다 관객수 기록을 둘 다 새로 썼다. 역대 최단 기간 200만명 돌파와 300만명 돌파 기록 역시 각각 하루씩 앞당겼다. 2014년 개봉 영화 중 처음 관객 1000만명을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란 관측이다. 한국영화로는 ‘실미도’(2003), ‘광해’(2012), ‘7번방의 선물’(2013), ‘변호인’(2013) 등에 이어 열 번째가 된다.

‘이순신 신드롬’은 문화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무공이 쓴 ‘난중일기’를 비롯해 ‘그러나 이순신이 있었다’, ‘임진왜란’ 등 책이 불티나게 팔리는 중이다. 대형서점 관계자는 “이순신 관련 책 판매량이 2013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0%가량 늘었다”고 소개했다.

영화 ‘명량’ 개봉과 더불어 문화계 전반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 열풍이 불고 있다. 3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이 충무공에 관한 서적들로 꾸민 진열대 앞에서 독자들이 책을 살펴보고 있다.
이재문 기자
◆“백성 위한 ‘무한책임’ 감동적”


충무공 열풍에 평론가들은 “세월호 참사에서 드러난 지도력 부재와 관련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보다 나라를,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아낌없이 목숨을 내던지려는 지도자를 향한 갈망이 투영됐다는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세월호 사건을 겪으며 믿을 수 없는 정부에 실망감이 컸는데, 영화 속 이순신은 백성을 위해 싸웠다는 점에서 대중에게 강한 울림을 주고 있다”며 “‘사즉생’이란 말에서 보듯 자신을 먼저 희생하고 솔선수범하며 무한책임을 지는 충무공의 모습은 지금의 정치인들에게선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하고 매력적인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도 “사회 지도층이 불신당하는 시대에 국민이 생각하는 이상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니 감동적으로 다가간다”고 분석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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