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을 둘러싼 논의는 종종 병력 규모 증감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실제 한·미 동맹의 방향을 결정해 온 것은 병력 숫자가 아니라 주한미군 전력과 임무 성격의 변화였다. 냉전 시대 주한미군은 대규모 지상군으로 한반도의 전면전을 억제했다. 1970년대 초 미 제7사단 철수를 계기로 이 같은 고정적 방어 개념은 후퇴했다. 북한 위협의 감소라기보다, 미국의 세계 전략 조정과 병력 재배치 결과였다. 주한미군은 한반도 방어를 넘어 미국의 광범위한 전략 구상 속에서 재정립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 본격화된 주한미군 재배치와 ‘전략적 유연성’ 논의로 한·미 동맹의 성격 변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 이전은 단순한 시설 이동이 아니라 기동성과 연합작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 개편이었다. 주한미군이 더는 북한 억제에만 그치지 않고, 동북아와 글로벌 분쟁에 대응 가능한 전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8년 주한미군이 아파치 공격헬기 1개 대대를 아프가니스탄으로 차출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한·미 동맹이 지역 방어동맹에서 전략동맹으로 전환되는 분기점이었다.
최근 들어선 미국 핵심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가 잦아졌다. 북한에 대한 억제 신호이자,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다층적 전략 메시지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대상은 점점 복합화되고 있다. 전력의 질과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보면 동맹의 강화로 비칠 수 있다. 다만 미국은 주한미군을 전략적 유연성을 지닌 글로벌 자산으로 바라보지만 한국은 여전히 북한 억제를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 간극이 작지 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주한미군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에 주둔 중이던 ‘5-17 공중기병대대’가 작년 12월 15일부로 비활성화됐다고 한다. ‘비활성화’는 통상 부대 운영 중단이나 해체를 뜻한다. 2022년 창설된 이 부대는 약 500명의 병력과 AH-64E 아파치 공격헬기, RQ-7B 섀도 무인기를 운용하며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 항공전력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 분담을 요구하며, 미군의 글로벌 군사력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동맹의 변곡점일 수도 있다.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아파치 공격헬기 철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4/128/20260104510004.jpg
)
![[특파원리포트] 한한령은 ‘해제’되지 않는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4/128/20260104509996.jpg
)
![[구정우칼럼] 쿠팡은 왜 한국인의 신뢰를 잃었나](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4/128/20260104509992.jpg
)
![[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소통 유연성](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1/04/128/20260104509987.jpg
)








